순대

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8월 2일 (목) 17:45 판

돼지 창자에 돼지피, 다진 고기, 찹쌀, 잡곡, 다진 채소, 당면과 같은 재료들로 속을 채우고 쪄낸 것. 쉽게 말해서 한국식 소시지. 가 들어가기 때문에 호뷸호가 갈리는 편이다. 피의 냄새나 맛을 싫어할 수도 있고, 거무튀튀한 때깔이 싫을 수도 있고, '어떻게 피를!' 싶은 꺼림칙한 생각 때문에 꺼릴 수도 있다. 그러나 피를 재료로 하는 소시지는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아예 블러드 소시지란 장르가 있을 정도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곧잘 들어가는 블랙 푸딩블러드 소시지의 일종이다. 순대보다 피가 더 많이 들어간다. 사실 블랙 푸딩스코틀랜드에서 온 음식인데, 같은 동네의 해기스는 그 괴랄함이 순대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

값싼 당면 순대를 많이 먹다 보니 분식집 음식취급을 받지만 엄연히 전통음식의 하나였고, 옛날에는 잔치 같은 특별한 날에나 해먹는 나름대로 고급 음식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돼지를 잡아야 창자를 얻을 수 있으니 잔치 때처럼 돼지 잡을 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게 순대였고, 또 속재료를 만들고 창자가 터지지 않도록 하면서 꽉꽉 채워 넣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고 고된 일이 아니다. 궁중에서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음식책 중에는 개고기로 만든다는 기록도 있는 걸 보면 개를 잡았을 때에도 창자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한국전쟁 이후 60년대에나 나타난 것으로 당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남는 당면 부스러기를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고안했다는 설이 있다. 지금이야 값싼 음식 취급을 받지만 그때는 당면 순대도 비싸서 서민들은 어쩌다 먹을 수 있었다.

순대 껍질이 돼지 창자가 아닌 식용 비닐이라는 설이 파다하고 지금도 믿는 사람들이 많다. 대량생산하는 값싼 소시지처럼 콜라겐 케이싱을 쓸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창자가 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도 정 못 믿겠으면 순대 끄트머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끄트머리에 확실히 창자스러운 덩어리가 있다. 식용 비닐로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거 재현하는 게 더 비싸겠다. 게다가 순대 껍질을 보면 세로로 길게 하얀 줄 같은 게 있는데 이는 창자와 붙어 있는 장간막을 잘라낸 자국이다. 이것까지 식용 비닐로 재현하느니 창자가 더 싸다. 그보다는 오히려 창자 속을 제대로 씻었는지, 씻을 때 이상한 약품 안 썼는지, 그거 걱정하는 게 더 의미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순대는 소창을 사용하고 아바이순대나 제주식 전통순대처럼 크기가 큼직한 녀석들은 대창을 사용한다.

요즈음은 분식집을 중심으로 한 값싼 당면 순대가 대세지만 사실 당면이 들어간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찹쌀을 비롯한 수수, 조와 같은 잡곡, 다진 고기나 채소가 주로 들어갔다. 당면이 들어간 이유야 앞의 재료보다 당연히 싸니까... 반면 천안의 병천순대나 용인의 백암순대와 같이 당면이 아니라 찹쌀과 채소 다진 것으로 속을 채운 순대는 꽤 비싼 편이다.

보통 찜기를 사용해서 낮은 온도에서 쪄낸다. 물에 삶거나 너무 높은 온도로 찌면 안의 내용물이 너무 많이 불어서 창자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 막 썰어 나온 순대도 먹어 보면 그리 뜨겁지 않다. 순대를 주문하면 염통이나 , 허파 같은 돼지 내장을 썰어서 함께 내온다. 내장의 누린내나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순대만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에 가까우므로 비위만 괜찮으면 내장을 같이 먹는 게 영양 균형으로 볼 때 좋다.

창자를 쓰지 않는 순대도 있는데 오징어순대가 그런 경우. 오징어 몸통의 속을 비우고 찹쌀과 채소, 오징어를 다져서 속을 꽉 채운 다음 쪄낸다.

순대를 찍어먹는 양념으로는 가장 널리 퍼진 게 소금고춧가루, 후추를 섞은 순대 소금. 지방에 따라서는 간장이나 고추장, 새우젓을 찍어먹기도 한다. 분식 포장마차라면 만능 소스 떡볶이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순대로 만드는 음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댓국순대볶음. 하지만 순댓국은 음식의 맛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국물맛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이며 건더기의 기능에만 충실한 존재다. 감자탕과 비슷한 신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