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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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월 2일 (목) 15:1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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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의 일종. 한자로는 素麵이라고 쓴다. 小麵이 아니다! 조금 굵은 '중면'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가느다란 국수를 소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느다란 국수는 세면(細麵)이지 소면이 아니다. 素는 희다, 수수하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소복 입은 귀신'의 '소복'에 이 한자가 들어가며 '소박하다'에도 들어간다. 음식에 쓰일 때는 대체로 고기가 안 들어간 수수한 음식을 뜻하므로, 소면은 고기를 쓰지 않은 담백한 국수, 혹은 밀가루로 만든 희고 수수한 국수를 뜻하는 셈.

제품 이름에 쓰일 때는 밀가루로 만든 가느다란 건면을 뜻한다. 그밖에도 굵기에 따라 중면이나 세면이 있는데 면을 뽑는 노즐의 굵기만 다를 뿐 제조 방법은 똑같다. 중면-소면-세면 순으로 얇아지므로 소면은 중간 정도, 가장 무난한 굵기라고 보면 된다. 오뚜기에 따르면 중면은 지름이 1.2~1.45mm, 소면은 0.95~1.2mm다.[1]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는 밀이 쌀보다 귀했기 때문에 소면 역시 잔칫날 같은 특별한 때에나 먹는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관련 기록이 나오는 문헌은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지은 음식책인 <규합총서閨閤叢書> 병과류인데 여기에 '왜면'으로 소개한 것으로 보면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2] 한국전쟁 이후 미국 원조를 통해 밀가루가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서민들의 음식으로 지위가 확 달라졌고 제면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값싸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삶을 때는 충분한 양의 물을 끓이고 소면을 넣은 다음 젓가락이나 주걱을 사용해서 부러지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국수가 완전히 푹 잠기도록 해 줘야 한다. 끓어오를 때 찬물을 조금 끼얹어 주는 식으로 가라앉히면 국수의 탄력이 더 좋아진다. 익었으면 체에 건져서 찬물에 씻어 전분기를 씻어내는 한편 차갑게 식혀서 탄력을 더욱 키워준다.

보통은 멸치육수를 내서 따뜻하게 말아서 먹거나, 매운 양념을 넣어서 비빔국수로 먹는다. 여름에 입맛 없을 때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기도 좋은 음식. 아예 샘표에서 1인분 포장을 하고 스프 또는 양념장을 넣어서 라면처럼 해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있다. 사리로도 쓰이는데 설렁탕에는 소면 사리가 주로 들어간다. 부산돼지국밥에도 종종 소면 사리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징어볶음에 넣는 음식점도 있다. 또 한 가지 친숙한 요리는 골뱅이소면. 매운 골뱅이 무침에 소면을 넣어서 같이 비벼먹는 것으로 주로 안주로 많이 먹는다. 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끼니로도 먹고 싶어 하다 보니 골뱅이국수라는 것도 나왔다. 기본은 같고 골뱅이가 들어간 비빔국수라고 보면 된다. 골뱅이 통조림만 하나 사면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소면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만큼 일본에서도 많이 먹는 편인데 이쪽은 주로 차게 해서 자루소바처럼 국물에 찍어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나가시소면이라는 것도 있는데, 긴 대나무를 반으로 가른 다음 비스듬히 걸쳐놓고 여기에 물을 흘리면서 소면을 작은 사리로 감아서 띄워주면 젓가락으로 낚아서 먹는다. 일본에서도 소바보다는 소면이 싼만큼 저렴한 소바 대용품 정도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유명 제면소에서 만든 비싼 놈은 또 더럽게 비싸다.

각주

  1. "오뚜기 국수, 입맛을 사로잡다", 오뚜기 <행복이 가득한 집> 2018년 7월호.
  2.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본 국수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웹진, 2019년 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