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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부산]]에서 만든 [[어묵]]이어야 하는데... 오만 군데서 다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의 [[AOC]]처럼 지역 특산물 인증 제도인 [[지리적표시제]]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이게 뜨는 바람에 [[부산]]은커녕 경상도에도 있지 않은 공장에서 나오는 [[어묵]]도 너도나도 부산어묵이라는 말을 붙였다. <del>넘 그러지 마소. [[파리바게뜨]]는 [[파리]]에 있나?</del>
말 그대로 [[부산]]에서 만든 [[어묵]]이어야 하는데... 오만 군데서 다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의 [[AOC]]처럼 지역 특산물 인증 제도인 [[지리적표시제]]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이게 뜨는 바람에 [[부산]]은커녕 경상도에도 있지 않은 공장에서 나오는 [[어묵]]도 너도나도 부산어묵이라는 말을 붙였다.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서 [[일본]]의 각종 문화가 빨리 들어왔고, 항구도 있으니 생선이 넘쳐났다. 옛날에야 [[냉장고]]가 흔했던 것도 아니고, 생선은 금방 상하니 [[고등어]] 같은 놈은 [[자반]]을 만들어서 보존한다지만 [[자반]]으로 만든다고 다 팔릴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자반]]이 안 맞는 생선도 있으니 뭔가 다른 가공 방법이 필요했을 텐데, 그 중에 하나가 [[어묵]]이라고 볼 수 있겠다. <del>옛날부터 [[어묵]]을 썩은 생선으로 만드네 뭐네 말이 많긴 했다.</del>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서 [[일본]]의 각종 문화가 빨리 들어왔고, 항구도 있으니 생선이 넘쳐났다. 옛날에야 [[냉장고]]가 흔했던 것도 아니고, 생선은 금방 상하니 [[고등어]] 같은 놈은 [[자반]]을 만들어서 보존한다지만 [[자반]]으로 만든다고 다 팔릴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자반]]이 안 맞는 생선도 있으니 뭔가 다른 가공 방법이 필요했을 텐데, 그 중에 하나가 [[어묵]]이라고 볼 수 있겠다. <del>옛날부터 [[어묵]]을 썩은 생선으로 만드네 뭐네 말이 많긴 했다.</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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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산어묵의 어육 함량은 70% 이상인데 반해 대기업 [[어묵]]은 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50~60% 수준까지 가는 것들도 있다. 사실 지리적표시제라는 게 단순히 지역이 어디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품질 유지를 위해 원료나 가공 과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공장에서 만드는 게 뭐 대단해? 어디에서 만들든 마찬가지잖아?' 하는 사고방식으로 지리적표시제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럽은 공산품도 지리적표시제를 적용 받는데  말이다.<ref>예를 들어 [[와인]] 마니아에게는 유명한 [[프랑스]]의 [[와인]] 오프너인 [[샤토라귀올]]이 [[AOC]]를 가지고 있다. <del>철광석을 거기서 캐는 게 아니잖아?</del></ref> 아무튼 법적으로는 보호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지역 [[어묵]] 생산자들이 따로 인증 마크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실제로 부산어묵의 어육 함량은 70% 이상인데 반해 대기업 [[어묵]]은 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50~60% 수준까지 가는 것들도 있다. 사실 지리적표시제라는 게 단순히 지역이 어디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품질 유지를 위해 원료나 가공 과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공장에서 만드는 게 뭐 대단해? 어디에서 만들든 마찬가지잖아?' 하는 사고방식으로 지리적표시제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럽은 공산품도 지리적표시제를 적용 받는데  말이다.<ref>예를 들어 [[와인]] 마니아에게는 유명한 [[프랑스]]의 [[와인]] 오프너인 [[샤토라귀올]]이 [[AOC]]를 가지고 있다. <del>철광석을 거기서 캐는 게 아니잖아?</del></ref> 아무튼 법적으로는 보호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지역 [[어묵]] 생산자들이 따로 인증 마크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삼진어묵이 다시 크게 뜨고 있다. [[어묵]]을 반찬이나 [[안주]]로 생각하던 통념을 깨고 [[어묵 고로케]]와 같은 상품으로 마치 [[빵]]이나 과자와 같이 특별히 조리하지 않고도 그냥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격상시킨 것. 내친 김에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어묵]] 제품들을 내놓고 [[어묵]] 베이커리까지 만들면서 고급진 음식으로 제대로 히트 치고 있다. 이쪽 지역 다른 [[어묵]] 회사들도 너도 나도 이쪽 방향으로 뛰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묵]]을 얇고 길게 국수처럼 뽑아서 국수 내용으로 쓰는 어묵 국수도 있는데, 부산의 고래사어묵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들어 삼진어묵이 다시 크게 뜨고 있다. [[어묵]]을 반찬이나 [[안주]]로 생각하던 통념을 깨고 [[어묵 고로케]]와 같은 상품으로 마치 [[빵]]이나 과자와 같이 특별히 조리하지 않고도 그냥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격상시킨 것. 내친 김에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어묵]] 제품들을 내놓고 [[어묵]] 베이커리까지 만들면서 고급진 음식으로 제대로 히트 치고 있다. 이쪽 지역 다른 [[어묵]] 회사들도 너도 나도 이쪽 방향으로 뛰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묵]]을 얇고 길게 [[국수]]처럼 뽑아서 국수 대용으로 쓰는 어묵 국수도 있는데, 부산의 고래사어묵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에 공장이 있지도 않으면서 부산어묵이라는 상표를 붙인 제품들이 넘쳐나자, [[부산]]에 있는 업체들이 모여서 자기들만 쓸 수 있는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진짜 부산어묵을 사고 싶으면 이 마크를 잘 확인하자. 물론 부산어묵이라고 모두가 똑같은 수준의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 공장이 있지도 않으면서 부산어묵이라는 상표를 붙인 제품들이 넘쳐나자, [[부산]]에 있는 업체들이 모여서 자기들만 쓸 수 있는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진짜 부산어묵을 사고 싶으면 이 마크를 잘 확인하자. 물론 부산어묵이라고 모두가 똑같은 수준의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부산어묵은 평균 수준이 확실히 높다. 특히 부산에 와서 [[오뎅]]을 먹어 보면 길거리에서도 맛없는 것을 먹을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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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일 (토) 15:37 기준 최신판

말 그대로 부산에서 만든 어묵이어야 하는데... 오만 군데서 다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 우리나라가 프랑스AOC처럼 지역 특산물 인증 제도인 지리적표시제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이게 뜨는 바람에 부산은커녕 경상도에도 있지 않은 공장에서 나오는 어묵도 너도나도 부산어묵이라는 말을 붙였다.

부산일본과 가까워서 일본의 각종 문화가 빨리 들어왔고, 항구도 있으니 생선이 넘쳐났다. 옛날에야 냉장고가 흔했던 것도 아니고, 생선은 금방 상하니 고등어 같은 놈은 자반을 만들어서 보존한다지만 자반으로 만든다고 다 팔릴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자반이 안 맞는 생선도 있으니 뭔가 다른 가공 방법이 필요했을 텐데, 그 중에 하나가 어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옛날부터 어묵을 썩은 생선으로 만드네 뭐네 말이 많긴 했다.

원조가 누구인지는 관련된 글마다 다른 대목들이 있는데, 일단 동광식품, 삼진어묵, 환공어묵 중에 하나가 지목된다. 일단 최초로 알려져 있는 건 동광식품인데 한번 명맥이 끊겼다가 다시 사업을 재개했고, 창업 후 지금까지 안 끊기고 계속 어묵을 만들어 온 업체로는 요즘은 어묵베이커리와 어묵고로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삼진어묵이 가장 역사가 길다. 그 뒤가 동광식품과 삼진어묵의 공장장 출신들이 만든 환공어묵.[1] 가장 오래된 어묵 공장의 타이틀도 삼진어묵이 가지고 있다.[2] 부산일보에서 이에 관련한 역사를 정리한 글이 있다.[3]

그런데 은근히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중에도 '부산어묵' 타이틀을 단 제품을 만드는 곳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부산어묵이라고 타이틀만 달고 실제로는 다른 지역의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도 어묵도 꽤나 있다. 부산어묵이 뜬 시기는 지리적표시제가 실행되기 한참 전인 것도 이유지만, 2014년에는 부산지역 어묵 제조업체들의 연합체인 사단법인 부산담은부산어묵이 주체가 돼 특허청에 '부산어묵' 등록 출원을 했으나 2015년 8월에 거절 당했다. 실제 맛을 내고 튀기는 과정이 공장에서 진행되므로 부산의 지리적 환경이 어묵 품질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인데, 부산어묵 이름을 도용해 온 대기업들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이 많다.

실제로 부산어묵의 어육 함량은 70% 이상인데 반해 대기업 어묵은 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50~60% 수준까지 가는 것들도 있다. 사실 지리적표시제라는 게 단순히 지역이 어디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품질 유지를 위해 원료나 가공 과정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공장에서 만드는 게 뭐 대단해? 어디에서 만들든 마찬가지잖아?' 하는 사고방식으로 지리적표시제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럽은 공산품도 지리적표시제를 적용 받는데 말이다.[4] 아무튼 법적으로는 보호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지역 어묵 생산자들이 따로 인증 마크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삼진어묵이 다시 크게 뜨고 있다. 어묵을 반찬이나 안주로 생각하던 통념을 깨고 어묵 고로케와 같은 상품으로 마치 이나 과자와 같이 특별히 조리하지 않고도 그냥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격상시킨 것. 내친 김에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어묵 제품들을 내놓고 어묵 베이커리까지 만들면서 고급진 음식으로 제대로 히트 치고 있다. 이쪽 지역 다른 어묵 회사들도 너도 나도 이쪽 방향으로 뛰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묵을 얇고 길게 국수처럼 뽑아서 국수 대용으로 쓰는 어묵 국수도 있는데, 부산의 고래사어묵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에 공장이 있지도 않으면서 부산어묵이라는 상표를 붙인 제품들이 넘쳐나자, 부산에 있는 업체들이 모여서 자기들만 쓸 수 있는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진짜 부산어묵을 사고 싶으면 이 마크를 잘 확인하자. 물론 부산어묵이라고 모두가 똑같은 수준의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부산어묵은 평균 수준이 확실히 높다. 특히 부산에 와서 오뎅을 먹어 보면 길거리에서도 맛없는 것을 먹을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각주

  1. 90년 초에 부도를 맞고 주인이 바뀌면서 본사와 공장이 김해시로 옮겨갔는데, 그때문에 정통 부산어묵이냐에 관한 논란이 좀 있다.
  2. "어묵하면 '부산어묵'이 최고지예~", 부산광역시 공식블로그 쿨부산, 2014년 4월 16일
  3. "부산의 老鋪 ① '부산어묵' 삼진식품·영진식품", <부산일보>, 2011년 3월 11일.
  4. 예를 들어 와인 마니아에게는 유명한 프랑스와인 오프너인 샤토라귀올AOC를 가지고 있다. 철광석을 거기서 캐는 게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