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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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3년 2월 15일 (수) 23:07 판 (→‎디자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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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

도체와 부도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물질. 흔히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에 있는 물질'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이는 전기가 통하는 것도 안 통하는 것도 아니라는 모호한 표현이고, 좀 더 정확히는 어떤 조건에서는 도체지만 다른 조건에서는 부도체인 물질을 뜻한다.

반도체가 전기 전자 산업에서 중요한 이유는, 스위치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에서는 이 스위치의 역할이 중요한데, 디지털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0과 1, 두 가지 값을 가진다. 이를 전기로 해석하면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0, 전기가 통하면 1이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0과 1을 오가는 스위치가 많이 필요한데, 반도체는 기계적인 장치가 전혀 없이 오로지 전기로만 스위치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스위치를 굉장히 작게 만들 수 있으며, 아주 빠르게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다.

종류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눈다.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크다는 뜻이다. 메모리가 3분의 1, 비메모리가 3분의 2를 먹고 있기 때문에 비메모리 시장이 두 배나 커 보이지만 비메모리는 말 그대로 '메모리 빼고 다' 들어가므로 온갖 걸 다 합쳐서 3분의 2라는 뜻이다.

메모리 반도체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반도체로 크게 전원이 끊어지면 정보도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와 전원이 끊어져도 정보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나뉜다. 휘발성 메모리의 주요 제품으로는 DRAM, SRAM이 있고, 비휘발성 메모리는 NAND 플래시가 단연 독보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도 메모리 반도체로, 삼성은 DRAM과 NAND 플래시를 모두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거의 DRAM에 올인하는 분위기. 휘발성 메모리는 비휘발성에 비해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CPU와 빈번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주기억장치에 사용된다. 전원이 끊어지면 어차피 CPU도 꺼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의 휘발성은 문제가 안 된다. 비휘발성 메모리는 속도가 느리지만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어서 SSD, 메모리 카드와 같은 저장장치에 쓰인다. 특히 SSD하드디스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면서 NAND 플래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개인용 컴퓨터는 물론 최근에는 안정적이면서도 대용량을 필요로 하는 서버 시장까지 치고 들어가고 있어서 성장 추세는 계속 빨라질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한다. 기기에 상관 없이 메모리는 대개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얼마나 같은 칩에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입출력이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제조시설을 운영하면서 설계도 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사업모델에 주로 적합하다. 시장 점유율도 삼성과 SK를 비롯한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이 석권하고 있는 시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치면 전 세계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 원래 인텔도 초창기에는 메모리 반도체로 잘 나갔지만 1980년대 들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폭망하고 인텔은 비메모리로 틀어서 흥했다. 한때 전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했던 일본 반도체 업계도 1990년대에는 역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에 박살났고, 남은 DRAM 제조 인프라를 합쳐서 싸워보자고 만든 엘피다 메모리도 결국 2007년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연타를 맞으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마이크론에 인수되었다. 플래시 메모리도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가 국제 컨소시엄[1]으로 넘어가면서 폭망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빼고 다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의 두뇌 구실을 하는 CPU, 모바일 기기의 통합 프로세서인 AP, 그래픽을 위한 연산을 주 기능으로 하는 GPU, 디지털 카메라의 필름 구실을 하는 이미지 센서, LED, OLED를 비롯한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컨트롤러, 그밖에 온갖 센서들도 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들어간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소량 다품종 생산이 많기 때문에 종합 반도체 기업보다는 팹리스가 설계를 하고 파운드리가 제조를 하는 역할 분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비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는 곳은 인텔 정도. 인텔도 사업 초창기에는 메모리 반도체로 흥했다가 일본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메모리 시장에서는 발을 뺀 케이스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봐도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비메모리는 경쟁 구도가 좀 더 복잡하다.

반도체 기업의 종류

반도체 제조 과정을 크게 설계, 제조, 패키징 및 테스트,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패키징 및 테스트는 앞의 두 개에 비하면 좀 부차적인 과정이고 설계와 제조, 이 두 가지 중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반도체 기업을 종합 반도체 기업, 파운드리, 팹리스로 분류한다.

종합 반도체 기업

IDM(Inter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반도체의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기업이고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도 종합 반도체 기업에 속하지만 인텔은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때에는 일부 물량을 파운드리에 외주로 맡긴다. 삼성전자는 IDM이기도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도 한다. 설계와 제조 두 가지를 모두 하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가 아주 크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주요한 사업 모델인 메모리 반도체 쪽에 적합한 기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회사 중에 인텔 빼고는 셋 다 메모리가 주력이다.

파운드리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제조만 하는 기업이다. 순수 파운드리(pure-play foundry)와 IDM 파운드리로 나뉜다. 순수 파운드리는 설계를 하지 않고 제조만 하는 기업이며, IMD 파운드리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로도 영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순수 파운드리의 비중이 아주 높으며, IDM 파운드리는 삼성전자만이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문을 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설계도 줬다가 설계 기술을 빼먹는 거 아닌가 싶어서 IDM 파운드리 쪽에 주문하기는 좀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고객사가 다양하며, 다품종 소량 생산 주문이 많기 때문에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분야의 본좌는 대만의 TSMC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먹고 있고, 삼성이 20% 안팎으로 격차가 많이 나는 2위, 글로벌파운드리[2]가 3위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두 회사는 별 차이가 없지만 TSMC가 고객사의 수가 월등히 많다. 주요 고객은 다음에 나오는 팹리스지만, 인텔과 같은 IDM도 자체 생산 설비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 파운드리에 일부 외주를 주기도 한다. 국내의 순수 파운드리로는 동부하이텍이 있는데,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규모는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작다.

팹리스

팹리스(fabless)는 파운드리와는 반대로 제조는 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AMD, 퀄컴, NVIDIA, ARM, 애플과 같은 쟁쟁한 기업들이 모두 팹리스로 분류된다. 설계 역량은 있지만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제조 공장을 갖추기에는 자본력이 딸리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규모 기업들도 팹리스 체제로 간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지므로 팹리스-파운드리 모델은 반도체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애플 같은 거대 기업도 반도체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굳이 막대한 시설 투자를 하고 운영을 하느니 그냥 파운드리에 맡긴다. AMD도 원래는 IDM이었지만 2009년에 제조 부문은 매각하고 지금은 설계만 한다. 제조 시설은 ATIC가 인수해서 순수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립했다. 팹리스의 경우에도 파운드리에 제조를 맡겨 자사의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ARM처럼 아예 제품은 없이 오로지 설계만 하고 이걸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로 팔아서 돈을 버는 기업도 있다.

디자인 하우스

팹리스 및 파운드리의 중간에 있는 디자인 하우스(design house), 또는 칩리스(chipless)라는 기업도 있다. 팹리스가 회로 설계 도면을 만들면 이것을 가지고 제조용 도면과 마스크를 만들고, 테스트도 하는 기업이다. 설계 도면은 반도체 칩의 전체적인 회로 구조를 짜는 도면이라면, 제조용 도면은 이를 실제로 웨이퍼 위에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도면이다. 자세한 내용은 디자인 하우스 항목 참조.

공정

반도체는 흔히 '8대 공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일부 공정은 여러 번 되풀이하기도 하며, 이러한 공정을 거쳐서 반도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최대 3개월이 걸리는 것도 있다. 반도체 제조가 정말 어려운 이유는, 눈으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칩에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저항, 커패시터 같은 소자들이 억대로 들어가는데, 흔히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를 얘기할 때의 단위가 나노미터, 즉 10억 분의 1미터다. 흔히 작고 가는 것을 머리카락에 비유하는데, 머리카락 굵기가 대략 10만 나노미터 정도 된다. 최근 들어 반도체 공정의 초미세화 경쟁이 7 나노, 5 나노, 3 나노, 2 나노까지 가고 있을 정도이고, 이 정도가 되면 제조 공정을 거의 원자 수준으로 컨트롤을 해야 한다. 따라서 현미경으로는 당연히 안 보이고, 전자현미경으로도 겨우 회로의 윤곽 정도나 볼까말까한 정도다. 관찰도 불가능한데 만드는 걸 정확히 제어하는 건 더더욱 힘들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는 제조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고, 따라서 웨이퍼 하나에서 실제 사용가능한 칩이 얼마나 나오는지, 즉 '수율'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수율이 안 나오면 채산성이 안 맞기 때문에 상용화를 못 하는 반도체도 많다.

웨이퍼 제조 공정

반도체의 가장 기반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공정이다. 모래에서 실리콘을 추출하고 정제해서 고순도의 실리콘을 만들어 낸 후, 이를 가열해 녹이고 원통 모양의 단결정 실리콘 잉곳(ingot)을 만든다. 단결정은 실리콘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으로, 다결정보다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가격이 비싸지만 전자가 그 안에서 움직이는 데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

잉곳을 만들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공법은 초크랄스키(Czochralski, Cz) 공법으로, 도가니 안에서 실리콘을 녹이고 그 위에 종자 구실을 하는 단결정 실리콘을 올린다음 천천히 위로 끌어올리면 용액이 종자 결정에 붙으면서 식어서 굳어 따라올라가서 단결정 원통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잉곳을 식힌 후 다이아몬드 톱으로 얇게 잘라내고 거울처럼 매끄럽게 연마하면 웨이퍼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이후 공정에서 정확한 위치를 맞출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약간 잘라내는데, 원 모양의 한쪽을 잘라 직선 모양으로 만드는 플랫존(flat zone), 또는 원의 한 귀퉁이에 V자 모양으로 홈을 파는 노치(notch)를 사용한다. 노치 쪽이 잘라내는 면이 적어 손실도 적으므로 노치를 많이 쓰는 추세다.

웨이퍼의 지름이 크면 클수록 웨이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칩의 수가 제곱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지름이 클수록 균일한 단결정 잉곳을 뽑아내기가 힘들어진다. 더욱 크기가 큰 웨이퍼를 만들려는 기술 개발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또한 웨이퍼가 얇을수록 같은 잉곳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웨이퍼의 장수가 많아지지만 그만큼 충격에 약하고 가공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산화 공정

웨이퍼로 만든 실리콘은 반도체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후에 진행될 각종 공정을 통해 비로소 반도체로 그 기능을 하는데, 그 첫 번째 공정이 산화 공정이다. 산화 공정은 웨이퍼의 표면에 SiO2 산화막을 만드는데, 이 산화막은 절연체 구실을 한다. 즉 산화막이 있는 부분은 절연 상태이고 없는 부분은 그 아래 실리콘이 노출되어 반도체로서 기능을 한다. 산화막은 실리콘을 보호하는 기능도 하며, 칩 안의 각 반도체 소자를 격리시키며, 불순물 확산을 차단하는 방어벽 구실도 하고, 실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산화막을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를 800~1,2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서 산소와 웨이퍼 표면이 반응하도록 만드는 열산화 공법이 가장 널리 쓰이는데, 크게 산소만 넣는 건식과 수증기를 넣는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얇고 밀도가 높은 산화막을 만들 수 있으며, 습식으로 처리하면 빠르지만 밀도가 낮고 두께는 건식에 비해 5~10배 정도 두껍다. 반도체의 기능, 가격, 정밀도와 같은 요소에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지를 정한다. 열산화 말고도 플라즈마 보강 화학적 기상 증착(PECVD), 전기 화학적 양극 처리와 갈은 공법도 있다.

포토 공정

설계 도면을 실리콘 웨이퍼로 옮기는 공정. 가장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공정으로, 반도체의 기능과 성능을 결정하고 불량 여부 및 품질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포토'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듯이 설계 도면을 웨이퍼 위에 '찍는다'. 흑백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필름에 발라져 있는 감광제가 들어온 빛에 따라서 감광이 된다. 보통은 네거티브 필름, 즉 흑백이 반대로 필름에 찍히는데, 이 필름을 인화지 위에 놓고 빛을 쪼이면 필름의 투명한 부분은 빛이 통과하므로 인화지가 감광되며 불투명한 부분은 빛이 통과하지 못하므로 감광되지 않는다. 반도체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웨이퍼 위에 감광제, 즉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그 위에 필름 구실을 하는 마스크를 놓은 후 빛을 쪼이면 빛이 통과한 부분의 포토레지스트만 감광된다. 빛을 쪼이는 과정을 '노광'이라고 부른다. 필름도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이 있는 것처럼 포토레지스트도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있다.

설계 도면은 크기가 50~100 미터에 이를 정도로 아주 큰데, 물론 종이에 그리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CAD를 써야 한다. 칩 하나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가 몇 억개에서 많게는 몇백 억 개에 이를 정도니[3]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설계하려면 도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가로 세로가 6인치 정도 되는 마스크에 올리고, 이 마스크를 웨이퍼 위에 놓고 빛을 쪼일 때에도 사이에 렌즈를 놓아서 크기를 확 축소시킨다. 도면 자체가 클 수밖에 없지만 엄청난 배율로 축소를 하는 이유는 먼지 때문이기도 하다. 마스크를 만들고 노광을 할 때 아주 미세한 먼지라도 끼어든다면 빛을 가로막기 때문에 나노미터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공정에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장애물이고, 공정을 망친다. 따라서 축소 방식으로 공정을 진행하면 먼지의 크기도 그만큼 축소되므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도체의 공정이 점점 미세화되어 갈수록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파동의 회절 현상이다. 파동이 장애물에 막힐 경우, 이를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회절 현상은 줄어든다. 빛은 파동 중에도 아주 파장이 짧은 편이라서 회절 현상이 적지만 반도체가 나노 단위로 미세화되어 갈수록 아주 작은 회절도 노광 결과의 오차를 일으키는 문제가 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노광 작업을 여러 번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는 전반적인 회로의 패턴을 새긴 다음 부분 부분으로 나눠서 세밀한 부분의 패턴을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으며 노광 작업을 여러 번 해야 하므로 비용이 증가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공정이 미세화 될수록 더욱 파장이 짧은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반도체 공정은 자외선 영역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 EUV)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반 자외선에 비해 파장이 극히 짧기 때문에 정밀도가 대폭 높아지며, 정밀도가 높아지므로 여러 번 노광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물질에 흡수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장비와 소재를 싹 바꾸어야 한다.

노광을 마친 웨이퍼는 용해액에 담가서 필요 없는 포토레지스트만 없앤 다음, 식각 공정으로 넘어간다.

식각 공정

포토 공정에서 설계 도면을 찍어 놓은 웨이퍼를 식각액에 담가서 포토레지스트가 날아간 부분의 산화막을 부식시켜 없애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웨이퍼 위에 칩의 회로가 새겨진다. 동판화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포토 공정 다음으로 반도체의 기능과 불량 여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공정이다. 액체에 담가서 산화막을 제거하는 습식 공정과 가스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건식 공정으로 크게 나뉜다. 식각이 끝나면 남아 있는 포토레지스트도 제거한다.

식각에 쓰이는 화학물질로는 아베가 한국 수출 규제 때 가장 먼저 제한을 걸었던 불화수소를 비롯해서 염산, 질산, 그밖에 다양한 물질이 쓰이며, 칩의 특성에 따라서 쓰이는 물질이나 순도가 다르다. 대체로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요구하는 순도도 점점 높아진다. EUV 공정의 경우에는 이른바 트웰브 나인(99.9999999999%)[4]이 필요하며 일본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국내의 솔브레인이 개발에 성공해서 일본에 엿을 먹였다.

증착 및 이온주입 공정

포토 공정과 식각 공정을 통해 회로 패턴을 새긴 웨이퍼에 분자 또는 원자 단위의 박막을 입히고 실리콘에 이온을 주입해서 반도체로서 원하는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공정이다. 크게 PVD(Physical Vapor Deposition, 물리적 기상 증착법)와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화학적 기상 증착법)로 나뉘는데, PVD는 금속에만 적용할 수 있어서 금속 박막을 입히는 데에 쓰는 반면, CVD는 금속은 물론 도체, 부도체, 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CVD는 챔버 안에 웨이퍼를 놓은 다음, 전구체(precursor)라고 부르는 화학물질을 투입한다. 보통 두 가지 화학물질을 투입하는데 그러면 웨이퍼 위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웨이퍼 위에 원하는 물질의 얇은 막이 입혀진다. 두 가지를 챔버의 서로 다른 투입구에 한꺼번에 넣어 반응시키는 방식이 있고, 시간차를 두고 교대로 넣는 방식이 있다.

최근에는 CVD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원자 두께로 박막을 입히는 ALD(Atomic Layer Deposition, 원자층 증착법)까지 등장했다. CVD는 전구체의 투입량에 따라 박막의 두께가 달라지는 반면 ALD는 전구체 투입량에 관계 없이 일정한 두께의 박막이 생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대신 CVD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증착을 마치면 실리콘층에 이온을 주입한다. 이온이 실리콘 결정 안에 끼어들면 '불순물' 구실을 해서 실리콘이 진짜로 반도체로서 동작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이온을 주입하는가에 따라 반도체의 특성도 달라진다.

금속 배선 공정

반도체가 동작하려면 외부에서 전기 신호가 들어와야 한다. 반도체 안에는 이 전기 신호가 돌아다닐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반도체에 새겨진 회로를 따라 금속을 입혀서 전기가 통할 수 있도록 배선을 한다. 여기에 쓰이는 금속은 실리콘과 잘 부착되어야 하고, 열에 강하며, 전기 저항이 약하며, 아주 미세한 배선으로도 전기가 잘 통할 수 있어야 한다. 알루미늄, 구리, 티타늄, 텅스텐이 많이 쓰인다. 알루미늄은 셋 중 가장 저렴하고 실리콘 산화막과 잘 부착되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만 실리콘과 만나면 서로 섞이려는 성질이 있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알루미늄과 실리콘이 만나는 부분에 다른 금속의 박막을 입혀서 둘을 격리시키는데, 이를 배리어 메탈(barrier metal)이라고 한다. '배리어'는 '장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금속 배선 역시 증착법을 사용한다. 주로 PVD, 즉 물리적 기상 증착법을 많이 쓰는데, 금속을 진공 챔버에 넣고 낮은 압력에서 액체가 될 때까지 가열하거나 전기적 충격을 사용하여 금속을 증기 상태로 만들고, 웨이퍼 위에서 식으면서 얇은 막을 형성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공정 미세화에 따라 좀 더 좁은 영역에도 균일하게 금속 박막을 증착시킬 수 있는 CVD(화학적 기상 증착법)도 도입되고 있다.

EDS 공정

EDS는 Electrical Die Sorting의 약자다. 웨이퍼의 칩을 테스트해서 불량 여부를 판정한다. 양품, 수선 가능, 수선 불가능,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수선 가능한 칩은 수선을 시도한 다음 다시 테스트하고, 최종 수선 불가능 판정을 받은 칩은 표식을 해서 웨이퍼를 잘라낸 다음 폐기 처분하거나 연구용으로 돌린다. EDS 공정을 통해 웨이퍼수율이 최종 결정된다. EDS 공정은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나뉜다.

ET 및 웨이퍼 번인

ET(Electrical Test)는 칩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반도체 소자들의 직류전압, 전류특성 같은 것들을 체크해서 전기적으로 잘 동작하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 웨이퍼 번인(Wafer Burn In, WBI)은 웨이퍼에 열을 가한 다음 AC(교류)/DC(직류) 전압을 가해 제품에 결함이 있는지 잠재적인 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열과 전압은 1년 정도 사용했을 때의 스트레스를 가정한 수준으로 가하며, 이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후에도 칩의 동작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한다.

핫/콜드 테스트

이름처럼 온도를 바꾸어 가면서 칩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검사하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테스트하고 나면 웨이퍼 위의 각 칩별로 양품, 수선 가능, 수선 불가능을 판정하며, 수선 가능한 칩은 수선 공정으로 넘어간다. 수선 가능한 칩을 판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레이저 전 테스트(pre-laser test)라고도 부른다. 칩 수선을 할 때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

수선 및 최종 테스트

앞선 테스트에서 수선 가능한 칩으로 판정된 칩을 레이저를 이용해서 수선(repair)을 시도한다. 수선이 끝나면 최종 테스트(final test)를 통해 수선이 잘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까지 오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칩과 버려야 할 칩이 완전히 가려진다. 수선 공정을 레이저 수선(laser repair), 최종 테스트를 레이저 후 테스트(post-laser test)라고 부르기도 한다.

테이프 부착 및 갈아내기

신용카드, 교통카드의 RF 칩과 같이 얇은 곳에 들어가는 칩은 두께가 얇아야 하기 때문에 웨이퍼의 뒷면을 다이아몬드 그라인더로 얇게 갈아내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며, 이를 갈아내기(bake grinding) 공정이라고 한다. 웨이퍼를 갈아낼 때에는 미세한 가루가 일어나며 웨이퍼의 앞면으로 날아가 붙으면 칩을 망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앞쪽에 테이프를 붙인다(tape laminating). 물론 웨이퍼 뒷면을 갈아내고 나면 테이프는 떼어낸다.

잉크 표식

최종 테스트 결과 불량으로 판정된 칩은 특수 잉크를 찍어 눈으로도 구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잉크 표식(inking) 공정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이후 패키지 공정도 많이 자동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잉크를 찍지 않고 데이터 상으로 표시해서 다음 공정의 장비들이 웨이퍼에서 칩을 잘라낸 다음 알아서 불량 칩들을 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패키징 공정

우리가 반도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그러니까 시커먼 몸뚱이에 지네발 같은 배선이 좌우로 뻗쳐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단계다. 모양은 그보다는 훨씬 다양하다.

먼저 리드프레임에 반도체를 올려놓고 배선을 한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이어주는 통로 구실을 하며, 충격을 비롯한 각종 외부 손상으로부터 칩을 보호해 준다.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칩과 리드프레임의 단자를 금속선으로 하나 하나 이어주는 와이어링(wiring) 방식이었지만 금속선이 가늘다 보니 통과할 수 있는 전자 용량이 제한되며 그만큼 데이터 용량도 제한된다. 최근에는 칩의 외부 통로를 옆이 아니라 밑에 만들고, 리드프레임에는 공 모양의 범핑을 놓은 다음 칩을 올려서 고정시키는 플립 칩 범핑 공법 활용이 늘고 있다.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지만 데이터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게 장점.

배선이 끝나면 수지 재질의 EMC(Epoxy Molding Compound)을 가열하여 젤처럼 만든 뒤에 틀에 넣고 기판을 감싸주는 성형 공정을 거친다. 우리가 아는 검은색의 딱딱한 반도체 칩 모양은 이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완제품 합격시험인 패키지 테스트를 거친다. 다양한 조건의 전압이나 전기신호, 온도, 습도 등을 가해 제품의 전기적 특성, 기능적 특성, 동작 속도 등을 측정한다. 이 테스트까지 통과하고 나면 드디어 완제품이 되어, 모델명, 제조날짜, 제조공장, 일련번호를 찍어준다.

각주

  1. SK하이닉스, 애플, 델, 일본산업혁신기구와 같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2. AMD의 생산시설을 인수해서 만든 파운드리다.
  3. 애플 아이폰 12에 들어간 AP인 A14 Bionic의 반도체 소자 수는 118억 개다.
  4. Twelve nine. 9가 12개 들어간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