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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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을 가루를 내고 물을 넣어서 반죽을 만든 다음 길쭉하게 모양을 만든 것. 또는 이것으로 만든 음식.

보통 국수라고 하면 소면처럼 길고, 단면이 둥글고 얇은 것을 떠올리지만 단면이나 길이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단면이 둥근 것, 얇고 넓적한 것, 속이 뚤린 것도 있다. 곡물로는 밀가루, 그 중에서도 글루텐이 많이 들어서 탄력이 있고 잘 늘어나는 강력분이 압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지만 녹말, 옥수수가루, 쌀가루, 메밀가루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곡물들도 국수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다른 곡물로 만들려면 대부분은 밀가루보다 만들기가 어려워서 손이 많이 간다. 밀가루를 조금 섞어서 만들기도 하는데, 좀 더 만들기 쉽게 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식감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일본식 메밀국수소바는 메밀 100%보다는 메밀 8에 밀가루 2의 비율이 식감으로는 최적이라고 한다.

역사는 기원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기록이나 유래는 찾기 어렵다. 다만 국수의 긴 길이가 '장수' 또는 '오래 가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생일이나 결혼식 때 주로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결혼을 뜻하는 말로 '국수를 먹는다'는 말이 존재하는데[1] 결혼식 때 국수를 먹던 풍습도 오래오래 둘이 행복하게 살라는 뜻.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옛날에는 국수를 끊어 먹는 것은 명을 끊는 것으로 여겨 금기시 했다. 면스플레인 좋아하는 사람들이 냉면을 가위로 잘라 먹는 걸 엄청 까대는데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풍습일 뿐이니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다. 지 명줄 지가 끊겠다는데 웬 참견 우리나라에서는 냉면만이 아니라 짜장면이나 칼국수까지 가위로 잘라 먹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는 편인데, 관습으로 보며 자기 명줄 난도질하는 셈이다. 가위를 사용해서 국수를 끊어먹는 문화는 우리나라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도 역시 명줄 끊는 짓이라고 질색을 한다. 국수는 주로 동양에서 발달했으며,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들이 저마다 국수 요리를 가지고 있다.

반면 서양에서는 밀가루 음식은 주로 을 위주로 발달했으며 국수는 아랍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파스타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으로 손꼽힐 정도로 발달했지만 그밖의 서양권에서는 파스타 문화를 수입했을 뿐이고 자기 나라만의 국수 문화로 진화하지는 않았다. 파스타밀가루를 반죽해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고 소스를 끼얹거나 버무리는 음식을 뜻하는 말로 발전되었다. 쇼트 파스타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국수와는 좀 거리가 있고 라자냐, 라비올리와 같은 파스타는 우리 눈에는 전혀 국수로 안 보이는 음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잔치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었다. 기후가 밀보다는 쌀농사에 적합했고 쌀은 국수로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밀가루는 귀한 식재료였다. 서민들은 밀가루보다 투박한 메밀, 혹은 감자고구마에서 얻은 녹말을 사용해서 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식문화는 밥과 위주로 발달했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으로부터 밀가루 원조가 대량으로 풀리자 국수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들이 서민들의 음식으로 그 지위가 확 변했다. 그리고 라면이 등장함으로써 그야말로 서민과 자취생들의 벗이 되었다.[2]

우리나라보다 밀 농사는 더 안 되고 쌀은 잘 되는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쌀국수가 발전했다. 이쪽 쌀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길쭉한 장립종으로 밀가루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포니카 계열보다 글루텐은 좀 더 있는 편이라 국수 만들기는 더 낫다.

만드는 방법

  • 썰어서 : 칼로 썰어서 만드는 방식. 반죽을 얇고 크게 편 뒤, 밀가루를 뿌려서 서로 붙지 않게 하고 말은 다음 칼로 썰어내는 방법이 가장 널리 쓰인다. 한국의 칼국수일본소바는 주로 이런 방식으로 만든다. 우동도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칼국수중국집에서 쓰는 제면기 역시 칼로 썰어서 만드는 방식의 응용이다. 중국에는 도삭면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반죽을 얇게 펴는 것이 아니라 덩어리 상태에서 칼로 저며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 눌러서 : 반죽을 기계에 넣고 누르면 그 아래에 있는 좁은 구멍으로 반죽이 빠져나오면서 국수가 되는 것. 냉면이 이렇게 만드는 대표적인 국수다. 특히 아주 얇게 뽑아내는 국수는 눌러서 만드는 방식이 주가 된다.
  • 늘여서 : 반죽을 양쪽에서 잡아서 조금씩 늘여 가면서 점점 굵기를 얇게 만든다. 손으로 때려 만드는 수타면이 이러한 방식이며, 우동을 비롯한 일본의 몇몇 국수요리 역시도 이렇게 만든다. 다만 이 두 가지는 만드는 방법은 차이가 큰데, 수타면은 반죽을 한번 늘인 다음에 밀가루를 묻혀 서로 붙지 않게 한 다음 겹쳐서 다시 들이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고, 늘여 만드는 국수는 큰 덩어리를 계속해서 조금씩 늘여서 긴 국수가닥을 만든다.
  • 떨어뜨려서 : 마치 드립 커피를 내리듯이 반죽을 떨어뜨려서 만드는 국수도 있다. 강원도 영월 일대의 향토음식인 올챙이국수가 이런 식인데, 옥수수를 주 원료로 걸쭉한 죽을 끓인 다음 못으로 구멍을 뚫은 바가지에 부어서 구멍으로 죽이 뚝뚝 떨어지도록 한다. 그 아래에는 찬물을 놓아두어 떨어진 죽이 물에 빠져서 굳도록 한다. 마카로니 수준으로 짤막짤막하며 물방울처럼 떨어지다가 굳어버린 모양이 올챙이를 떠올리게 해서 올챙이국수라는 이름 이 붙었다.

각주

  1. 예를 들어, 결혼 언제 할 거냐는 뜻으로 "국수 언제 먹여줄 거야?"라는 말은 지금도 쓰인다.
  2. 처음 나왔을 때에는 생활 수준이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라면도 돈 좀 있어야 먹는 것이었다. 지금은 돈이 많거나 적거나 사랑 받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 중에도 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청와대에서도 야식으로 종종 라면을 즐긴 걸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