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내위키

운동화의 일종으로, 달리기에 특화된 기능성 신발이다. 달리기는 100m 단거리 달리기에서부터 가벼운 조깅, 마라톤 및 울트라 마라톤, 비포장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까지 정말 다양하며 이러한 차이에 따라 신발도 다르다. 다만 단거리 달리기용 스파이크화는 일반인이 신을 일이 거의 없는, 정말 전문 선수들의 영역이므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러닝화는 주로 오래 달리기에 적합한 신발들이다.

달리기는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운동인데, 상당 부분은 신발에 투자하게 된다. 달릴 때 우리의 발은 계속해서 땅을 딛고 차고 나가는 일을 반복해야 하며, 착지할 때 중력으로 인한 충격을 가장 먼저 받아주는 게 신발이다. 따라서 신발이 적절한 완충효과를 주면 발이나 무릎 같은 곳에 걸리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쿠션이 좋은 신발이 무조건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쿠션이 많이 들어간 신발은 착지할 때 안정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발목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특히 발목이 안으로 꺾어지는 내전 성향이 심한 경우에는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자신의 발 모양과 뛰는 스타일에 밎는 신발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달리기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시달리고 무서워하는 부상이 족저근막염이나 발목 및 무릎 부상인데, 올바른 자세와 자신에게 맞는 신발의 선택은 여러 가지 부상 위험을 대폭 줄여준다. 안 맞는 신발로 달리면 발톱이 변형되거나 빠질 수도 있다.[1] 따라서 러닝화 만큼은 돈 아끼지 말고 투자하자.

그렇다고 또 비쌀수록 좋은 거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비쌀수록 좋은 건 맞지만 고가의 러닝화는 레이싱 슈즈, 즉 기록을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제품이 대다수다. 이란 제품들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반발력과 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분히 단련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신발을 신으면 오히려 오버 페이스로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쿠션이 적고 단단한 느낌의 신발도 많다. 최근에는 레이싱 슈즈도 쿠션을 많이 넣는 대신 카본 플레이트를 삽입하거나 하는 식으로 탄성을 높인 제품들도 있으나, 대체로 완충효과가 적은 편며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초보자애게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부상 위험을 높여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러닝화를 찾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러닝화 전문 매장에 가는 것이다. 여기서는 자신의 발 모양이나 달리는 습관을 분석해서 거기에 최적화된 러닝화를 몇 가지 추천해 준다. 물론 분석에는 돈이 들지만 추천해 주는 러닝화를 살 경우에는 분석 비용을 면제해 준다. 분석은 한 번만 받으면 자기 발의 모양이나 달리는 성향을 확실히 알 수 있으므로 러닝화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그 이후에는 굳이 그 매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재구매 때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있고 시중에서는 품절된 것을 득템하는 기회도 가끔 있다. 게다가 그런 전문 매장의 사장이나 직원 역시 달리기 구력이 상당한 전문가들에 대다수기 때문에 달리기에 관한 다양한 팁과 조언까지 얻어갈 수 있다.

종류

달리는 자세나 발 모양에 따라

달리는 자세, 혹은 발 아치의 모양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안정화

착지할 때 발목이 안으로 꺾이는, 즉 내전 성향이 있는 사람, 그리고 평발 성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신발로, 발 안쪽 부분의 중창에 단단한 지지층이 들어가서 발목이 심하게 꺾이지 않도록 잡아 준다. 쿠션감이 적은 편이며 외전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효과가 나니 자신이 내전 혹은 평발 성향인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어화

내전 성향이 심한 과내전, 혹은 심한 평발을 위한 신발로 발 안쪽 지지층이 더욱 탄탄하고 두텁다. 또한 무게도 가장 무거운 편이다.

중립화

중립에서 외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신발이다. 외전 전용은 보통 따로 없으며 그냥 중립화를 신는다. 지지 가이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내전용 신발에 비해 쿠션감이 강하므로 쿠션화라고 한다. 내전 성향이 있어도 약한 수준이라면 그냥 중립화를 신는 사람도 많다. 쿠션이 강할수록 착지 때 안정감은 떨어지므로 발목이 불안하다면 쿠션이 너무 많은 신발을 피하는 게 좋다.

달리는 목적에 따라

가벼운 조깅에서부터 10km, 하프 마라톤, 풀코스 및 울트라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달리는 거리도 다양하고, 포장도로에서 달리는 게 보통이지만 비포장도로에서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있다.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좋은 기록을 내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느리지만 편하게 달리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목적과 조건에 따라 러닝화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데일리 트레이닝화

근력운동을 할 때 신는 트레이닝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데일리 트레이닝화는 조깅 및 가벼운 훈련에 적합한 신발이다. 워킹화 또는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신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장 수요가 많은 신발이다.[2] 달리기를 시작하는 초보라면 일단 여기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엘리트 선수들도 가벼운 훈련을 할 때에는 데일리 트레이닝화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앨리우드 킵초게도 가벼운 훈련을 할 때는 나이키 페가수스를 신는다.[3]

속도보다는 편안한 달리기를 위한 신발이어서 대체로 쿠션이 푹신한 편이며 그와 시소 관계로 반발력은 낮은 편이다. 다만 너무 싼 제품은 이것저것 다 애매하다. 10만원 초중반대면 충분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으며 최신 상품보다 히나 둘 이전 버전이면 10만 원 미만으로도 득템할 기회가 있다. 러닝 초보라면 먼저 나이키 페가수스와 같이 각 메이커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무난한 데일리 트레이닝화부터 시작하고, 조금씩 경험치가 쌓이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신발을 찾아 나가는 식으로 가는 게 정석이다.

레이싱화

기록을 위한 신발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을 듬뿍 때려박은 신발이다. 대체로 가볍고,[4] 반발력을 극대화하고, 접지력도 최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카본 플레이트를 넣어서 탄성을 이용한 추진력을 극대화한 레이싱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는 2018년에 나이키가 처음으로 들고 나왔는데, 2019년에 엘리우드 킵초게가 비공인이지만 2시간 벽을 깨는 데 성공함으로써 '기술 도핑'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4월, 특정 선수를 위해 전용으로 설계 및 제작된 신발을 금지시키고, 밑창 두께는 40mm 이하,[5] 카본 플레이트는 1장만 사용할 수 있도록[6] 기준을 강화했다.[7]

대체로 20만원대 또는 그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러낭화 중에서는 가장 고가의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세계구급 마라톤 선수라면 아예 러닝화 회사에서 스폰서를 해 주고 선수의 발에 딱 맞는 신발을 만들어 준다. 이런 건 일반 판매를 하지 않으므로 값을 매기기도 어렵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8] 다만 2018년에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가 등장한 이후 빠른 속도로 기록 단축이 이루어지고, 2019년 킵초게가 비공인이지만 2시간 벽까지 깬 이후로 불거진 '기술 도핑' 논란으로 세계육상연맹이 특정 선수를 위해 전용으로 설계 제작된 운동화를 금지시켰다.[9]

비싸다고 꼭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라인이기도 하다. 엘리트 러너에 최적화 되어 있고 속도에 올인한 신발이라서 쿠션이 떨어지고 신체가 달리기에 충분히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부상의 위험이 올라간다. 엘리트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근육을 강화시키고 체중을 조절하기 때문에, 신발에 쿠션이 별로 없어도 근육으로 버티는 것에 가깝다.[10] 이런 선수들이 신는 신발을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초보가 신었다가는 부상 위험이 확 올라간다. 그런데 초보 러너들 중에는 의외로 레이싱화를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달리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모양이 날렵하고 멋져 보여서, 비싸니까 좋을 것 같아서, 자신의 신체 상태도 잘 모르면서 빨리 달리고 싶어서, 와 같은 이런 저런 이유로 레이싱화를 사게 된다.

예전에는 레이싱화라면 최대한 가볍고 반발력이 좋게 만드는 데에 역점을 두다 보니 중창이 매우 얇고 쿠션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면,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가벼우면서도 쿠션도 좋은 소재를 중창에 넉넉하게 넣은 레이싱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11] 그래도 데일리 러닝화보다는 단단한 편이다.

또한 성능을 위해 내구성은 엿 바꿔 먹은 신발이다. 일반 러닝화가 400~600km 정도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면 레이싱화는 보통 300km 대 정도를 수명으로 본다. 프로 선수를 위한 제품은 100km도 안 된다고 한다. 사실상 풀 코스 한 번 뛰면 버리는 일회용 수준이라고.

탄성이나 반발력은 조금 낮춘 대신 쿠션을 더 강화하고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인, 준레이싱화, 혹은 슈퍼 트레이너로 분류되는 제품들도 있다. 카본 플레이트 혹은 그보다는 탄성 효과가 덜한 TPU 플레이트나 나일론 플레이트가 들어간 제품도 있으며,[12] 이 범주에 속하는 신발들은 구력이 있는 러너들에게는 데일리 트레이닝부터 템포 러닝, 대회 준비를 위한 비교적 빠른 속도의 러닝까지 두루 두루 사용할 수 있으며, 구력이 길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충분히 대회 기록용으로도 사용할 만하다.

트레일 러닝화

비포장 집에서 달릴 때를 위한 러닝화. 아무래도 로드 러닝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13] 접지력과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신발이 많으며,[14] 질척한 땅은 물론 얕은 개울을 그대로 뛰어서 건너야 할 수도 있는 데다가 기상 상태도 천차만별이라 방수 기능을 적용한 신발이 많다. 고어텍스가 들어 있으면 100% 트레일 러닝화라고 봐도 무방하다.[15] 운동화 전문 브랜드 말고도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들도 있다. 트레일 러닝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도로나 트랙에서 달리기 위한 신발은 '로드 러닝화'라고 부른다.

쿠션은 로드보다는 단단하다. 오프로드는 기본적으로 노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착지도 불안정하며 쿠션이 강한 신발은 착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발목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나무 뿌리나 뾰족한 돌과 같은 돌출물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창의 밀도도 높다. 무게도 로드 러닝화에 비하면 상당히 무거운 축에 들어간다. 하지만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가는 제품도 나오고 있으며 쿠션 역시 과거에 비해 상당히 보강되었다.

용어

반발력

착지를 위해서 땅을 딛는 힘에 반대로 작용하는 힘을 뜻한다.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고 보면 된다. 반발력은 땅을 딛는 힘의 일부를 방향을 바꾸어서 땅을 치고 나가는 힘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빠르게 혹은 힘을 덜 들이고 달릴 수 있는 힘이다.

쿠션이 강한 신발은 땅을 딛는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반발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쿠션과 반발력은 시소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속도를 중시하는 레이싱화는 반발력을 최대화하는 반면 쿠션은 적은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쿠션을 충분히 넣으면서도 카본 플레이트와 같이 탄성을 이용한 반발력을 극대화 하는 레이싱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카본 플레이트는 일종의 시소 효과로 착지 때의 힘을 앞으로 밀어주는 힘으로 바꾸는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기존 레이싱화 대비 쿠션을 넉넉하게 넣어도 레이싱에 필요한 반발력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스택 높이

스택 높이(stack height)는 중창과 밑창의 높이를 합친 것, 또는 여기에 안창의 높이까지 합친 것을 뜻한다. 즉 발과 지면 사이를 메워주는 신발의 높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택 높이는 신발의 앞에서 뒤로 갈수록 대체로 높아지지만 발 아치에 맞춰서 중간에 굴곡이 있을 수도 있으며, 역시 이에 따라 옆에서 볼 때 같은 지점이라고 해도 안쪽과 바깥쪽이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길이 방향 중심선을 기준으로 신발을 반으로 자르듯이 해서 발끝과 뒤꿈치 부위의 스택 높이를 제원으로 표기하며, 이 둘 사이의 차이가 힐 드롭, 또는 오프셋이 된다.

중창

영어로는 미드솔(midsole)이라고 한다. 러닝화를 만드는 기업들의 기술력이 가장 집중되는 곳이다. 밑창, 즉 아웃솔은 미드솔을 보호하고 접지력과 내구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중창은 쿠션, 반발력, 내전 안정성과 같이 실제 러닝화의 특성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명 브랜드들은 각기 중창의 소재 및 제조법 및 형상을 브랜드화 하고 특허를 내고 있다. 유명 브랜드는 여러 가지 유형의 중창을 가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소재를 복합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카본 플레이트와 같이 탄성을 극대화한 소재까지 넣으면서 달리기 속도 향상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는데 이러한 기술 경쟁이 결국은 '기술 도핑' 논란으로까지 이어져서 세계육상경기연맹이 신발 규정을 강화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젤이나 공기가 들어 있는 실리콘 백을 사용해서 완충 효과를 주는 방법도 한때 크게 유행했으나 최근에는 점점 사양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16] 대신 폼의 소재와 제조 기술의 발달로 가벼우면서도 쿠션감이 좋은 중창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엘리트 선수용 마라톤화는 예전에는 중창 두께가 10mm도 안 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20~30mm, 더 나아가 40mm 이상[17]의 중창이 들어가는 맥시멀리즘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내전 성향 러너들을 위한 안정화나 제어화는 여기에 발 안쪽을 지지해 주는 비교적 단단한 가이드가 들어간다.

유명 러닝화 제품이 버전 업 될 때에도 가장 많이 관심을 끄는 부분이 중창 부분의 변화다. 대부분의 러닝화 리뷰도 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힐 드롭

힐투토 드롭(heel-to-toe drop)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으로, 힐투토 오프셋(heel-to-toe offset), 또는 줄여서 오프셋이라고도 한다. 즉 신발의 발끝 부분과 뒤꿈치의 높이 차이를 뜻한다. 모든 신발은 앞보다는 뒤쪽이 높으므로 힐 드롭은 앞쪽에 비해 뒤쪽이 얼마나 더 높은지, 바꿔 말하면 앞쪽 중창과 뒤쪽 중창의 두께 차이를 뜻하는 말이다.[18] 물론 제로 드롭은 앞뒤 높이가 똑같다.

러닝화를 살 때 꼭 체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뛰는 성향에 따라서 맞는 힐 드롭도 다르기 때문이다. 힐 드롭이 크면 뒤쪽 중창이 더욱 두껍다는 뜻이므로 뒤쪽에 많은 쿠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착지할 때 뒤꿈치 부분이 먼저 닿기 쉬우므로 대체로 뒤꿈치로 착지하는 사람에게 더 적절하다. 반면 힐 드롭이 적으면 미드 풋이나 포어 풋 러너에게 더 적합하다. 요즈음은 어떤 성향이든 기본적으로 중창을 두툼하게 넣는 추세이므로 힐 드롭이 적다고 쿠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명 및 관리

제품에 따라서, 달리는 환경이나 사용 습관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400~600km 정도로 보고 있다. 엘리트 선수용 신발은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기 때문에 100km 또는 그 이하의 내구도로, 풀 코스 마라톤 한번 뛰고 나면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다만 세계육상연맹이 공식 마라톤 경기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만 신고 나갈 수 있도록 규정한 이후로는 그런 극악한 내구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많은 러닝화들은 폼을 사용해서 쿠션을 제공하는데, 달리면서 계속 눌렸다 펴졌다를 반복하다 보면 폼의 쿠션이 점점 떨어진다. 어느 시점에선가 예전에 비해 쿠션감이 떨어지고 딱딱해졌다든가, 페이스가 잘 안 나온다든가 하면 슬슬 수명이 다 해가는 것이고, 아웃솔이 닳았거나 심지어는 중창이 부스러지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아쉽지만 러닝화로서는 수명을 다 한 것이다.

러닝화로서는 수명을 다 했다고 해도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고, 워킹화나 일상화로 신고 다니기에 괜찮다면 한동안은 그런 용도로 더 신을 수 있다. 다만 러닝화는 대체로 내구성이 약한 편이고,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오히려 걸을 때에는 불안정하고 불편한 신발도 있고, 달릴 때 발에서 나는 열과 땀을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갑피에 방수 기능은 커녕 약한 비에도 발이 푹 젖을 수 있다.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다양한 팁들이 있는데, 먼저 한 켤레만 가지고 뛰지 말고 2~3 켤레 정도로 번갈아가면서 달리는 방법이 추천된다. 신발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쉰다고 회복되는 건 아니지만, 폼이 한창 눌렸다가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려 주면 수명 연장에는 도움이 된다. 또한 달리고 나서 신발끈을 풀어서 벗고, 신을 때 다시 신발끈을 매는 방법도 추천된다. 발 뒤꿈치 쪽을 잡아주는 힐컵의 수명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끈을 묶은 상태로 신으려고 하면 아무래도 힐컵쪽에 무리가 가서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된다는 것.[19]

달리다가 갑자기 기상 상태가 변해서 비가 온다든가, 아예 작정하고 우중러닝을 감행했거나, 어쩔 수 없이 물웅덩이를 뛰어서 건넜거나 해서 신발이 젖었다면 달리기가 끝난 후 최대한 빨리 씻고 말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균 대잔치로 악취가 진동할 수 있으며, 한번 악취가 나면 빨아도 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솔로 박박 문지르거나 세탁기를 사용하면 안 되고 세제를 푼 물에 담그고 부드럽게 손으로 씻어내듯이 세탁한 다음 잘 헹궈서 빨리 말려야 한다. 단, 드라이기 열풍을 사용하거나 뜨거운 직사광선을 쬐면 변형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신발 안에 제습제나 신문지를 넣으면 더욱 빨리 말릴 수 있다.

달리기 기록 앱은 대부분 어떤 신발을 신고 달렸는지를 기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가 가진 신발이 지금까지 몇 킬로미터나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수명을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달리기 전후로 걷거나 하는 거리까지 기록해 주지는 않는다. 걷거나 하는 동작은 신발에 걸리는 부하는 적긴 해도 쌓이면 그 역시 만만치는 않다. 내가 가진 러닝화가 예쁘고 편하다고 아무 때나 신고 다니지 말고, 러닝화는 달리기할 때만 신었다가 러닝화로서 수명이 다 하면 워킹화나 일상화로 제2의 신발생을 살게 해 주자.

각주

  1. 특히 너무 꽉 맞는 신발일 경우 발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발톱이 신발 안쪽과 계속해서 부딪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너무 여유가 많아도 신발 뒤쪽이 벗겨지는 느낌을 받거나 할 수 있다. 반드시 신발을 사기 전에 신어 보고 적절한 여유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자.
  2. 다만 중창 두께가 두꺼운 신발은 걷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의외로 불편할 수 있다.
  3. 물론 킵초게의 스폰서가 나이키이고 페가수스 킵초게 에디션도 나와 있지만 발이 곧 선수 생명인 마라톤 선수가 스폰서라고 해서 아무 거나 신지는 않는다.
  4. 일반적인 러닝화가 200 그램 중반에서 300 그램이 넘어가는 제품도 있는데 반해, 레이싱화는 무거워도 200 그램대 초반, 엘리트용은 100 그램대의 아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단,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제품은 쿠션도 넉넉하게 넣어서 레이싱화 치고는 무거운 것도 있다.
  5. 이는 도로 경기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800m 미만 단거리화는 20mm, 트랙 중장거리화는 25mm 이하여야 한다.
  6. 2019년에 킵초게가 신었던 러닝화는 카본 플레이트가 3장이나 들어갔다.
  7. "육상 금·은·동 모두 신었다…나이키 뜻밖의 '신발 도핑' 논란", 중앙일보, 2021년 8월 5일.
  8. 단순히 신발 제조 가격만이 아니라 연구개발비까지 때려박아서 만드는 맞춤형 신발이기 때문에 수천만 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선수가 올림픽이나 유명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 또는 뛰어난 기록을 세우면 광고 효과가 훨씬 크며, 여기에 투입한 기술을 일부 사용한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으니까 그만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다.
  9. 경기 4개월 전부터 시중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신발만 허용한다. 기술 도핑의 혜택을 특정 선수에게만 몰아주는 것에 대한 불공정 시비도 컸기 때문이다.
  10. 여기에 더해, 엘리트 스포츠는 신체를 극한까지, 심지어 나중 일은 생각도 안 하고 무리할 정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세계다. 선수로 활동하는 중에도 종종 부상에 시달리지만 은퇴 후에도 누적된 부상으로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오거나 해서 고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11. 호카 오네오네가 이전까지의 미니멀리즘 레이싱화에 반기를 들고 쿠션을 잔뜩 넣으면서도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맥시멀리즘 쿠션화의 트렌드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12. 준레이싱화에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갈 경우 탄성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기 위해 전체에 걸쳐 들어가기 보다는 일부에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13. 또한 트레일 러닝 대회는 울트라 마라톤 수준의 초장거리 대회인 경우가 많으며 24시간 러닝 혹은 몇 날 며칠을 뛰는 대회도 있다.
  14. 비브람 같이 아웃도어용 밑창 전문 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타이어 회사와 기술제휴를 맺은 제품들도 볼 수 있다.
  15. 로드 러닝화는 열의 발산과 통풍을 중시하기 때문에 메시 또는 니트 소재 갑피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방수는 거의 기대 안 하는 게 좋다.
  16. 아식스의 젤 님버스, 젤 카야노와 같이 '젤'이 들어가는 제품은 아직도 젤을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얇아졌다. 과거에는 젤을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바깥에서 보이도록 넣었지만 지금은 바깥에서는 젤 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17. 이렇게 엄청 두꺼운 중창을 사용하면 러닝화 같지 않고 키높이 운동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극한의 쿠션을 집어넣은 러닝화를 '어글리 슈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18. 정확히는 밑창까지 포함한 두께지만 최근 러닝화의 밑창은 중창의 보호와 접지를 목적으로 얇게 입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두께 차이가 거의 없어서 사실상 중창 두께 차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
  19. 신발끈을 풀었다 매었다를 자주 하면 끈이 닳아서 끊어질 수는 있지만 신발값보다야 끈 값이 훨씬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