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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는 '[[볶음]]' 요리인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조림]]에 가깝다. 황교익은 이 부분을 무지하게 깠다. 즉 떡탕이나 떡조림이지 이게 무슨 '볶음'이냐는 것. 마치 [[국밥]]을 내놓고 [[볶음밥]]이라고 계속 강요해서 [[국밥]]의 이름이 '[[볶음밥]]'이 되어 버리는 것이나 같은 꼴이라는 게 황교익의 질타다. 사실 떡볶이를 대량으로 만드는 걸 보면 자작한 소스를 큰 철판 냄비에 끓이면서 여기에 떡을 붓고 버무려 끓이기 때문에 [[볶음]]보다는 [[조림]] 요리에 가깝긴 한다. 국물이 아주 흥건한 이른바 '국물 떡볶이'도 있는데 이건 떡탕에 가깝기도 하다.  
이름으로는 '[[볶음]]' 요리인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조림]]에 가깝다. 황교익은 이 부분을 무지하게 깠다. 즉 떡탕이나 떡조림이지 이게 무슨 '볶음'이냐는 것. 마치 [[국밥]]을 내놓고 [[볶음밥]]이라고 계속 강요해서 [[국밥]]의 이름이 '[[볶음밥]]'이 되어 버리는 것이나 같은 꼴이라는 게 황교익의 질타다. 사실 떡볶이를 대량으로 만드는 걸 보면 자작한 소스를 큰 철판 냄비에 끓이면서 여기에 떡을 붓고 버무려 끓이기 때문에 [[볶음]]보다는 [[조림]] 요리에 가깝긴 한다. 국물이 아주 흥건한 이른바 '국물 떡볶이'도 있는데 이건 떡탕에 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음식 이름과 실제 조리 스타일이 다른 것은 떡볶이만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빈대떡]]이 [[떡]]인가? 질척한 반죽을 지져서 만드는 [[부침개]]는 [[떡]]이 될 수 없다. 굳이 갖다 붙이지면 '전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며, 게다가 떡 중에서 지져서 만들기는 하지만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화전과는 달리 [[빈대떡]]에는 [[쌀]]이 한 톨도 안 들어간다. 또한 [[오징어볶음]]이나 [[낙지볶음]]도 떡볶이처럼 국물이 꽤 있도록 조리하는 곳이 많은데, 이것 역시 조리 방법에서 떡볶이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명이나물은 이름이 '[[나물]]'이지만 실제로는 [[장아찌]]. 이런 점에서 보면 이에 관한 황교익의 비판은 과도하다. 반대로 [[분식집]]에서 그때 그때 만드는 떡볶이는 [[볶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좀 더 나가자면 도대체 갈빗살로 만드는 것도 아닌 [[닭갈비]]나 [[고갈비]]는 어쩔 건가. 아무튼 어떤 요리의 종류를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분류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떡볶이 중에도 진짜로 볶아서 만드는 게 있긴 하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가 바로 그것. 한편으로 보면 황교익은 그동안 떡볶이를 놓고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다", "떡볶이는 사회적인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ref>알고 보면 이런 음식들이 많다. 과연 삭힌 홍어를 아무런 사회적인 힌트 없이도 처음부터 잘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매운맛, 쓴맛, 역한 냄새와 같은 것들은 아무런 힌트가 없으면 본능적으로 피한다. 적지 않은 음식들이 처음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맛있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입에 대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적응해서 즐겨 먹는다.</ref>와 같은 식으로 엄청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해 왔기 때문에 유독 이름 가지고 까는 것도 뭔가 떡볶이에 대한 적개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음식 이름과 실제 조리 스타일이 다른 것은 떡볶이만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빈대떡]]이 [[떡]]인가? 질척한 반죽을 지져서 만드는 [[부침개]]는 [[떡]]이 될 수 없다. 굳이 갖다 붙이지면 '전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며, 게다가 떡 중에서 지져서 만들기는 하지만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화전과는 달리 [[빈대떡]]에는 [[쌀]]이 한 톨도 안 들어간다. 명이나물은 이름이 '[[나물]]'이지만 실제로는 [[장아찌]]. [[닭볶음탕]] 역시 이름 안에 [[볶음]]과 탕이 같이 들어가지만 전혀 볶는 과정이 없다. <del>그럼 떡볶이탕이라고 해야 하나?</del> 이런 점에서 보면 이에 관한 황교익의 비판은 과도하다. 반대로 [[분식집]]에서 그때 그때 만드는 떡볶이는 기름을 안 쓴다는 점만 빼면 [[볶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좀 더 나가자면 도대체 갈빗살로 만드는 것도 아닌 [[닭갈비]]나 [[고갈비]]는 어쩔 건가. 아무튼 어떤 요리의 종류를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분류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떡볶이 중에도 진짜로 볶아서 만드는 게 있긴 하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가 바로 그것.
 
한편으로 보면 황교익은 그동안 떡볶이를 놓고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다", "떡볶이는 사회적인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ref>알고 보면 이런 음식들이 많다. 과연 삭힌 홍어를 아무런 사회적인 힌트 없이도 처음부터 잘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매운맛, 쓴맛, 역한 냄새와 같은 것들은 아무런 힌트가 없으면 본능적으로 피한다. 적지 않은 음식들이 처음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맛있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입에 대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적응해서 즐겨 먹는다.</ref>와 같은 식으로 엄청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해 왔기 때문에 유독 이름 가지고 까는 것도 뭔가 떡볶이에 대한 적개심 때문일 수도 있다.


황교익이 떡볶이를  싫어하는 이유로 거론하는 것은 '단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단 음식은 마지막에 임팩트 있게 소량 먹는 것이어야 하는데<ref>예를 들어 디저트.</ref>, 떡볶이는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며 이건 맛없는 음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단맛이 들어오면 계속 당기게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관점이라면 한식 중 상당수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실 한식의 설탕 남발은 이미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ref>일본 [[NHK]]에서 한식을 소개할 때에도 '설탕을 종종 넣는다'는 식으로 한식의 특징 중 하나로 [[설탕]] 사용을 꼽기도 했다.</ref> 일단 [[불고기]] [[소갈비]], [[돼지갈비]]를 비롯해서 양념장에 재우는 고기 요리 중 상당수는 설탕이 꽤나 들어간다.<ref>배와 양파를 듬뿍 쓰면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음식점은 원가 문제도 있고, 양파로 단맛을 내려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속 편하게 설탕 쓴다.</ref> [[비빔국수]]류나 함흥식 [[물냉면]] 역시도 상당한 단맛을 내는 음식들이다.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에 [[설탕]]을 뿌려서 달달하게 먹는데 황교익의 관점 대로라면 전라도 사람들은 엄청 맛없는 음식을 먹는 꼴이다. 현대에 들어 한식의 [[설탕]] 남발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떡볶이만 찍어서 맛 없다고 하면 떡볶이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황교익이 떡볶이를  싫어하는 이유로 거론하는 것은 '단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단 음식은 마지막에 임팩트 있게 소량 먹는 것이어야 하는데<ref>예를 들어 디저트.</ref>, 떡볶이는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며 이건 맛없는 음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단맛이 들어오면 계속 당기게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관점이라면 한식 중 상당수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실 한식의 설탕 남발은 이미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ref>일본 [[NHK]]에서 한식을 소개할 때에도 '설탕을 종종 넣는다'는 식으로 한식의 특징 중 하나로 [[설탕]] 사용을 꼽기도 했다.</ref> 일단 [[불고기]] [[소갈비]], [[돼지갈비]]를 비롯해서 양념장에 재우는 고기 요리 중 상당수는 설탕이 꽤나 들어간다.<ref>배와 양파를 듬뿍 쓰면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음식점은 원가 문제도 있고, 양파로 단맛을 내려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속 편하게 설탕 쓴다.</ref> [[비빔국수]]류나 함흥식 [[물냉면]] 역시도 상당한 단맛을 내는 음식들이다.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에 [[설탕]]을 뿌려서 달달하게 먹는데 황교익의 관점 대로라면 전라도 사람들은 엄청 맛없는 음식을 먹는 꼴이다. 현대에 들어 한식의 [[설탕]] 남발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떡볶이만 찍어서 맛 없다고 하면 떡볶이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2020년 6월 5일 (금) 04:38 판

튀김과 버무린 밀가루 떡볶이.

밀가루 또는 쌀가루로 만든 가래떡을 진한 양념에 버무리면서 조려낸 요리.[1]

역사

지금은 떡볶이라면 고추장 또는 고추양념으로 만드는 매운 음식이지만 19세기 말에 나온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따르면 간장 양념으로 만들었다. 이른바 '궁중떡볶이'가 이런 스타일. 이 때는 고기채소에 가래떡을 썰어 넣은, 호화로운 볶음 또는 전골에 가까운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즉 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지금도 볶음이나 전골요리에 가래떡을 썰어서 넣기도 하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고추장 양념으로 이 주가 되는 떡볶이가 나타난 것은 일제강점기를 지난 후의 일이다. 바로 고추장 광고에서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를 유행시킨 마복림 할머니. 고추장 떡볶이를 만든 분이자 떡볶이에 춘장을 사용하기도 했고, 즉석떡볶이를 만든 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분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셈. 어묵, 튀김, 순대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아예 튀김순대를 같이 버무린 떡튀순이라는 걸 파는 포장마차들도 있다.

소스로는 고추장을 사용한다고 널리 생각하지만 사실 고추장으로만 만들면 맛이 텁텁하다. 설탕고춧가루그리고 MSG로 대신하는 게 맛이 깔끔하다. 고추장으로 만들 거면 보리고추장을 쓰는 게 좋다. 이건 부대찌개나 여러 매운 볶음 요리도 비슷하다. 이 소스, 즉 떡볶이 국물도 이것저것 찍어먹거나 버무려 먹는 소스로 활용된다. 위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튀김을 넣어서 버무리기도 하고,[2] 어묵이나 순대, 튀김 먹을 때 떡볶이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 마늘과 대파, 그리고 어묵을 넣고 조리하면 대략 우리가 잘 아는 떡볶이의 모습이 된다.

2010년대 들어서는 체인점 바람이 불고 있어서 아딸, 죠스떡볶이와 같은 체인점들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이 중 아딸은 이런저런 문제들 때문에 신뢰가 크게 떨어져서 지금은 쪼개지고 지리멸렬해진 상태지만 그밖에도 여러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서 군웅할거를 이루고 있다.

즉석떡볶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추장 떡볶이를 고안한 마복림 할머니가 역시 고안한 음식. 미리 만든 것을 내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냄비에 담아서 테이블에 있는 가스레인지 위에 얹어서 직접 조리해가면서 먹는 떡볶이다. 일반 떡볶이에 비해서 들어가는 재료가 푸짐해서, 떡과 소스는 물론 채썬 양배추깻잎, 양파, 당근과 같은 채소, 라면이나 쫄면 사리, 튀김 만두, 삶은 달걀 같은 것들이 들어가고 여러 가지 토핑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 방면으로 가장 유명한 동네라면 뭐니뭐니해도 서울 신당동. 90년대까지만 해도 50여 개의 떡볶이집들이 골목 양쪽을 가득 채운,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만들었고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문화를 살려서 음악 다방처럼 뮤직박스와 DJ까지 두는 집들도 있었다. 애인과 함께 신당동 떡볶이 먹으러 갔다가 DJ한테 홀딱 반해버린 애인을 보고 열불 터지는 남자의 하소연에 가사에 담긴 노래가 DJ DOC의 <허리케인 박>.[3]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점점 쇠락해 가면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이제는 마복림 할머니의 원조 가게[4]와 할머니의 다른 자녀들이 낸 가게들, 그리고 몇몇 다른 가게들 정도가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열풍이 사그라들었다 뿐이지 원조 가게는 여전히 장사 잘 되고 있다.

예전에는 기본으로 떡볶이를 주문하고 사리나 토핑을 입맞에 맞게 추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요즈음은 사람 수대로 주문하면 떡볶이와 사리, 토핑이 기본 패키지로 나오고 여기에 토핑을 더 추가하고 싶으면 추가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파생되어 2010년대 중반부터 떡볶이 뷔페라는 것도 생겼다. 1인 당 정해진 돈만 내면 즉석 떡볶이와 토핑을 계속 가져다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정크 푸드

영양 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음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정크 푸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본은 떡과 소스로, 열량은 높고 영양소는 탄수화물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상당한 양의 설탕과 염분이 들어가 있는 것도 문제다. 대파어묵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양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을 잡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좀 더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가는 즉석 떡볶이는 사정이 낫긴 하지만 그래도 영양 면에서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 게다가 사리로 들어가는 게 라면이나 튀김 만두 같은 칼로리 덩어리라... 어쩌다 한 번 먹는 간식으로는 몰라도 자주 먹을 일은 아니다. 학교 앞 포장마차의 인기 음식이자 용돈 도둑이기도 했고, 그래서 불량식품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5] 혹시 집에서 해먹는다면 영양을 생각해서 채소를 넉넉히 넣어주도록 하자.

밀가루떡이냐 쌀떡이냐

떡볶이계의 영원한 논쟁 가운데 하나다. 탕수육계에 부먹 찍먹 논쟁이 있다면 떡볶이에는 밀떡이냐 쌀떡이냐 하는 논쟁이 있다. 이른바 '시장 떡볶이'는 대부분 밀떡인 반면, 체인점 떡볶이나 강남역, 신촌과 같은 곳의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는 쌀떡이 많다. 떡이란 당연히 쌀로 만드는 것이니 쌀떡이 당연히 나은 거 아니냐 싶지만 밀떡 마니아도 의외로 많다. 특히 쌀떡볶이는 물엿을 대량 투입해서 달짝지근하게 만드는 곳이 많은데, 너무 달고 입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밀떡으로 만드는 떡볶이는 물엿보다는 갈색 설탕조미료 그리고 고춧가루나 다대기를 사용하는 편이며 쌀떡볶이보다는 덜 달게 하는 곳이 많다. 밀떡의 미덕이라면 양념이 잘 배어들고,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너무 입에 달라붙지 않아서 먹기가 편하고 이에 덜 낀다. 대신 빨리 물러져 버리는 건 단점. 떡볶이는 많이 해 놓고 주문 받으면 덜어서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밀떡볶이는 만들고 빨리 빨리 소비되지 않는다면 흐물흐물한 떡을 먹기 십상이다.

요즈음 쌀떡볶이의 대세는 대체로 굵지 않은 가래떡을 짧은 토막으로 썰어서 한입 크기로 만든 정도이고 물엿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쪽 스타일로 이름을 날린 곳으로는 성균관대학교 근처의 '나누미떡볶이'라는 곳이 있는데, 90년대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히트 코너였던 '신동엽의 신장개업'에 등장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연예인이 당대의 대세였던 H.O.T.였던지라... H.O.T. 떡볶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여기가 잘 되니까 건물주가 이 가게를 내쫓고 자기가 그 자리에 가게를 차렸는데 이름이 JSP 떡볶이였다.[6] 자바 서버 페이지 떡볶이? 나누미떡볶이는 그 옆 건물로 옮겼다. 그리고 죠스떡볶이가 체인점으로 히트를 치면서 쌀떡볶이는 한입 크기로 짤막하게 썬 스타일이 대세가 되었다.

밀떡이 만들어진 것은 위와 같은 취향 때문은 아니고, 처음 떡볶이가 등장한 게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이다. 밥 해먹을 쌀도 모자란 판에 쌀떡볶이는 어찌 보면 사치였다. 이후에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오면서 그 동안 쌀로 해먹던 걸 밀로 대체하는 게 많았는데, 떡도 그 중 하나라서 떡볶이의 주류는 밀떡이 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는 대부분이 밀떡이었다. 밀떡에 고춧가루, 황설탕, 소금, 그리고 조미료를 넣고 만드는 떡볶이를 흔히 '시장 떡볶이'라고 부르는데, 시장통 노점에서 많이 팔았던 이 떡볶이는 뭐 당연히 싸구려 음식이지만 이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한마디로 한국인을 대표하는 소울 푸드 중 하나. 쌀떡과 밀떡은 단지 떡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념에도 차이가 있어서, 대체로 쌀떡볶이 쪽을 좀 더 달게 만든다.

응용

라볶이/쫄볶이

떡볶이 양념에 떡 대신 다른 것을 넣은 음식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라면을 넣은 라볶이쫄면을 넣은 쫄볶이. 도 조금 넣어주는 집들이 많다. 반대로 떡볶이 전문점이 아닌 일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주문하면 떡과 함께 라면 사리를 조금 넣어주는 곳도 많다. 떡볶이는 을 양념국물에 넣고 한동안 졸여서 만들지만 라볶이는 면을 삶은 다음 국물에 넣어서 몇 번 버무린 다음 바로 낸다. 라볶이는 인스턴트 라면으로도 여러 가지가 나와 있고 특히 컵라면 형태로 여럿 나와 있다.

즉석식품

컵라면과 비슷한 형태의 즉석식품으로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편의점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보통 진공포장한 떡과 소스로 구성되어 있고, 떡과 소스를 용기에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좀 넣고 풀어준 후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돌리면 완성된다. 맛이 시장 떡볶이 정도로 나오는 제품들도 있다. 진짜 컵라면처럼 물만 부어서 기다렸다 먹을 수 있는 컵라면식 떡볶이도 간간이 나오는데, 80년대 삼양 떡볶이가 원조일 만큼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이제는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떡볶이에 완전히 밀려서 어쩌다 한 번씩 신제품이 보였다 마는 정도다. 보통은 익기 좋도록 마카로니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한편으로는 즉석조리식품으로도 나와 있다. 2인분 정도로 포장되어 떡과 양념, 그리고 어묵 같은 몇 가지 부재료들이 패키지로 포장되어 있는 형태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이 소소를 사용한 떡볶이나 라볶이 제품이 마트는 물론 편의점에도 꽤 깔려 있다.

스낵

고추장 양념을 응용한 떡볶이 모양 스낵으로도 나와 있다. 가장 잘 팔리는 건 해태에서 나온 <辛당동 떡볶이>[7] 떡볶이 맛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매콤한 맛, 그리고 가격 대 양이 푸짐한 편이라 나이든 분들이 좋아한다. 편의점 PB 상품으로도 나와 있어서 이런 저런 질소과자들과는 달리 중량 대비 가격이 착한 편에 속한다. 그냥 밀가루 과자에 떡볶이 양념만 입히면 되는 거라서 재료비가 싼 편이다.

황교익의 떡볶이 비판 혹은 비난

이름으로는 '볶음' 요리인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조림에 가깝다. 황교익은 이 부분을 무지하게 깠다. 즉 떡탕이나 떡조림이지 이게 무슨 '볶음'이냐는 것. 마치 국밥을 내놓고 볶음밥이라고 계속 강요해서 국밥의 이름이 '볶음밥'이 되어 버리는 것이나 같은 꼴이라는 게 황교익의 질타다. 사실 떡볶이를 대량으로 만드는 걸 보면 자작한 소스를 큰 철판 냄비에 끓이면서 여기에 떡을 붓고 버무려 끓이기 때문에 볶음보다는 조림 요리에 가깝긴 한다. 국물이 아주 흥건한 이른바 '국물 떡볶이'도 있는데 이건 떡탕에 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음식 이름과 실제 조리 스타일이 다른 것은 떡볶이만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빈대떡인가? 질척한 반죽을 지져서 만드는 부침개이 될 수 없다. 굳이 갖다 붙이지면 '전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며, 게다가 떡 중에서 지져서 만들기는 하지만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화전과는 달리 빈대떡에는 이 한 톨도 안 들어간다. 명이나물은 이름이 '나물'이지만 실제로는 장아찌다. 닭볶음탕 역시 이름 안에 볶음과 탕이 같이 들어가지만 전혀 볶는 과정이 없다. 그럼 떡볶이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점에서 보면 이에 관한 황교익의 비판은 과도하다. 반대로 분식집에서 그때 그때 만드는 떡볶이는 기름을 안 쓴다는 점만 빼면 볶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좀 더 나가자면 도대체 갈빗살로 만드는 것도 아닌 닭갈비고갈비는 어쩔 건가. 아무튼 어떤 요리의 종류를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분류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떡볶이 중에도 진짜로 볶아서 만드는 게 있긴 하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가 바로 그것.

한편으로 보면 황교익은 그동안 떡볶이를 놓고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다", "떡볶이는 사회적인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8]와 같은 식으로 엄청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해 왔기 때문에 유독 이름 가지고 까는 것도 뭔가 떡볶이에 대한 적개심 때문일 수도 있다.

황교익이 떡볶이를 싫어하는 이유로 거론하는 것은 '단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단 음식은 마지막에 임팩트 있게 소량 먹는 것이어야 하는데[9], 떡볶이는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며 이건 맛없는 음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단맛이 들어오면 계속 당기게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관점이라면 한식 중 상당수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실 한식의 설탕 남발은 이미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10] 일단 불고기 소갈비, 돼지갈비를 비롯해서 양념장에 재우는 고기 요리 중 상당수는 설탕이 꽤나 들어간다.[11] 비빔국수류나 함흥식 물냉면 역시도 상당한 단맛을 내는 음식들이다.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설탕을 뿌려서 달달하게 먹는데 황교익의 관점 대로라면 전라도 사람들은 엄청 맛없는 음식을 먹는 꼴이다. 현대에 들어 한식의 설탕 남발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떡볶이만 찍어서 맛 없다고 하면 떡볶이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황교익의 떡볶이 비난은 어느 정도 정치적인 면도 있다. 떡볶이 비판을 할 때 종종 거론되는 게, 이명박 정부의 한식 세계화 이후로 '떡볶이가 맛있다'는 식의 언론 기사나 인터넷 펌프질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대중들이 즐겨 먹던 것이지만 이명박 부인 김윤옥이 주도하던 그리고 실패한 한식 세계화의 대표 주자로 떡볶이를 내민 것인데, 이게 상당히 못마땅했던 것. 이 지점은 타당하다. 뒤에서 따로 이야가하겠지만 일단 떡의 달라붙는 듯한 식감 자체를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에 따라 외국인들의 식감에 맞춰서 쫀득한 맛을 줄이다 보면 '떡'으로서 정체성이 사라진, 마치 매운 소스 파스타와 같은 식으로 정체불명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MB 시대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대중들이 즐겨오던 떡볶이 자체를 맛없는 음식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나중에 황교익이 떡볶이 광고를 찍으면서 욕을 먹고 있다. 본인은 "자신도 떡볶이를 가끔 먹는다"고 변명했지만 그동안 떡볶이에 가한 날선 비판을 생각해 본다면 말 따로 행동 따로 노는 꼴이니 욕 먹어도 할 말은 없을 듯.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는 "나는 맛없는 음식도 종종 먹는다"라면서 떡볶이도 '이걸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먹기도 하며, 맛없는 음식의 광고를 찍는 건 또 뭐가 문제냐는 발언을 했다. 물론 화장품 광고 모델이 꼭 그 제품을 쓰는 것도, 자동차 회사 광고 모델이 꼭 그 회사 차를 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쪽에서는 광고를 찍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 제품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광고 모델로서 올바른 자세인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 그리고 맛없는 것을 왜 굳이 속으로 이걸 먹어야 하나, 생각하면서까지 먹는가? 세상에 맛있는 것 천지인데? 황교익의 여러 주장 가운데서도 특히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이명박정부 때부터 한식 세계화를 한다면서 떡볶이의 세계화를 엄청 밀어붙였다. 그러다 보니 크림소스 떡볶이와 같은 황당한 작품이 나오기도 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떡볶이는 한식 세계화의 주력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단 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서양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토피와 같이 쫄깃한 음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캔디 계열이다. 즉, 달달하게 먹고 쉽게 녹지만 떡볶이는 계속 입에 들러붙으면서 남는 게 서양 사람들에게는 영 성가시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싫어하는 음식의 랭킹을 설문조사 하면 떡은 늘 상위권에 있다.[12] 물론 일본스시처럼 처음에는 서양 사람들이 싫어했지만 나중에는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만 떡볶이는 그렇게 될 가능성도 별로 없고[13] 무엇보다도 불고기처럼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음식이 많이 있는데 일단 그것부터 밀면서 외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여나간다면 모를까, 떡볶이를 무리하게 미는 건 좀 아니올시다... 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외국인들 중에도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도 있고 외국에도 한국식 떡볶이를 파는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서양인들은 싫어하는 식감이라 널리 퍼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무리한 떡볶이 세계화 추진이 오히려 한국 안에서도 떡볶이에 대한 반감으로 비화되는 역효과까지 낳았다. 황교익의 떡볶이 비판을 보면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는 맛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강요가 있다는 맥락으로 읽히는데, 떡볶이의 역사 무척 오래 되었고 이미 수십 년 동안 사랑 받아 왔던 음식이라는 면을 감안하면 무리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 밀어붙였던 무리수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성적인 은어로도 쓰이는데... 생리 중인 여성과 거시기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연히 여성들한테는 절대 꺼내서는 안 되는 은어다.

떡볶이떡으로 만드는 떡꼬치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밀떡볶이 여러 개를 꼬치로 꿰어 튀긴 다음 케첩고추장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준다. 길거리 음식으로 종종 볼 수 있고 떡볶이 전문점 중에도 하는 곳이 있다.

백반집이나 구내식당에서 반찬으로 떡볶이를 내줄 때가 종종 있다. 은근히 인기가 좋은 반찬.

각주

  1. 이름으로 보면 볶음 요리지만 실제로는 조림 요리에 가깝다.
  2. 다만 튀김이 국물을 너무 많이 빨아들이고 튀김도 눅눅해진다면서 튀김을 떡볶이에 버무려서 내주지 않는 곳도 있다.
  3. 다만 이 노래는 표절에 휘말렸다. 장두석과 이봉원의 음악 개그 듀오 '니캉내캉'에서 발표한 노래인데 (홍정완도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구전가요로 잘못 알고 쓴 것. 소송까지 갔지만 원만하게 해결해서 저작권이 원작자에게 가 있다.
  4. 마복림 할머니는 2011년에 돌아가셨고, 며느리 세 명과 맏손자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5. 재료의 질이나 위생 상태가 의심스러운 곳도 많았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6. 나누미떡볶이 주인 얘기가, "그래도 신기하게 우리랑 꽤 비슷하게는 만듭디다."
  7. 그런데 풀 네임은 <원조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다...
  8. 알고 보면 이런 음식들이 많다. 과연 삭힌 홍어를 아무런 사회적인 힌트 없이도 처음부터 잘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매운맛, 쓴맛, 역한 냄새와 같은 것들은 아무런 힌트가 없으면 본능적으로 피한다. 적지 않은 음식들이 처음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맛있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입에 대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적응해서 즐겨 먹는다.
  9. 예를 들어 디저트.
  10. 일본 NHK에서 한식을 소개할 때에도 '설탕을 종종 넣는다'는 식으로 한식의 특징 중 하나로 설탕 사용을 꼽기도 했다.
  11. 배와 양파를 듬뿍 쓰면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음식점은 원가 문제도 있고, 양파로 단맛을 내려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속 편하게 설탕 쓴다.
  12.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김치가 종종 꼽히곤 하는데, 좋아하는 음식의 상위권으로도 보통 같이 오르므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면 은 주로 싫어하는 음식 쪽으로만 랭킹에 올라간다.
  13. 스시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을 많이 퍼뜨렸고 일단 확실한 독특함, 그리고 비주얼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일단 떡볶이는 파스타 중에 감자전분을 반죽해서 뭉쳐 만든 뇨키라는 게 무척 비슷하다. 비주얼로만 보면 떡볶이와 구별이 안 간다. 토마토 소스로 만들었다면 정말 떡볶이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식감은 전혀 달라서, 뇨키이 가진 쫀득한 식감이 없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