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하우스: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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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서: 팹리스파운드리의 중간에 있는 디자인 하우스(design house), 또는 칩리스(chipless)라는 기업도 있다. 팹리스가 회로 설계 도면을 만들면 이것을 가지고 제조용 도면과 마스크를 만들고, 테스트도 하는 기업이다. 설계 도면은 반도체 칩의 전체적인 회로 구조를 짜는 도면이라면, 제조용 도면은 이를 실제로 웨이퍼 위에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도면이다.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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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설계 도면은 건축 도면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처음의 회로 설계 도면만 가지고는 칩을 만들기 힘들다. 회로 설계 도면은 논리적으로 잘 작동하기는 게 가장 중요하며, 설계자들도 여기에 가장 집중한다. 그 결과로 나오는 도면은 이론상으로는 잘 작동하겠지만 실제로 이걸 웨이퍼라는 공간에 어떻게 욱여넣을 것인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 회로 도면이 디자인 하우스로 넘어가면 여기에서 실제 이 회로를 웨이퍼로 욱여넣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최근의 엄청난 회로 집적도 때문에 칩 하나를 만들 때 포토공정 한 번으로는 웨이퍼에 모든 회로를 새길 수 없다. 따라서 전체 회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포토공정과 식각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나누고 어떤 순서로 공정을 진행할지도 디자인 하우스의 제조용 도면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제조용 도면을 잘 설계했다고 해도 이를 실제 웨이퍼에 새기기 위한 최적화된 설계용 도면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수율]]이 개판이 되거나 칩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반도체 칩 설계 도면은 건축 도면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처음의 회로 설계 도면만 가지고는 칩을 만들기 힘들다. 회로 설계 도면은 논리적으로 잘 작동하기는 게 가장 중요하며, 설계자들도 여기에 가장 집중한다. 그 결과로 나오는 도면은 이론상으로는 잘 작동하겠지만 실제로 이걸 웨이퍼라는 공간에 어떻게 욱여넣을 것인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 회로 도면이 디자인 하우스로 넘어가면 여기에서 실제 이 회로를 웨이퍼로 욱여넣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최근의 엄청난 회로 집적도 때문에 칩 하나를 만들 때 포토공정 한 번으로는 웨이퍼에 모든 회로를 새길 수 없다. 따라서 전체 회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포토공정과 식각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나누고 어떤 순서로 공정을 진행할지도 디자인 하우스의 제조용 도면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제조용 도면을 잘 설계했다고 해도 이를 실제 웨이퍼에 새기기 위한 최적화된 설계용 도면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수율]]이 개판이 되거나 칩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더 나아가,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영업도 한다. 전 세계에 있는 크고 작은 팹리스를 파운드리가 모두 직접 영업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중소규모 팹리스를 상대로 한 영업을 디자인 하우스가 하기도 한다. 즉, 디자인 하우스가 파운드리의 대리점 구실도 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영업도 한다. 전 세계에 있는 크고 작은 팹리스를 파운드리가 모두 직접 영업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중소규모 팹리스를 상대로 한 영업을 디자인 하우스가 하기도 한다.<ref>[https://www.kipost.net/news/articleView.html?idxno=205278 "시스템반도체 발목잡는 허약한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KIPOST, 2020년 9월 3일.</ref> 즉, 디자인 하우스가 파운드리의 대리점 구실도 한다는 얘기다.


파운드리는 좋은 디자인 하우스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운드리와 디자인 하우스는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며, 특히 파운드리는 디자인 하우스에 공정 기술의 상당 부분을 공개해야 그에 따라 제조 도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한 곳하고만 일할 수 있어서이다. TSMC, 삼성을 비롯한 대형 파운드리는 각자 글로벌 디자인 하우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TSMC는 VCA를, 삼성전자는 DSP라는 디자인 하우스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VCA 쪽이 더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대만 1위 디자인 하우스인 글로벌유니칩의 매출은 국내 디자인 하우스 1위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두 배 규모에 이를 정도다.<ref>[https://news.v.daum.net/v/20220425090807560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없인 대만도 못이긴다"], 전자신문, 2022년 4월 25일.</ref> 사실 우리나라는 디자인 하우스가 겨우 네 곳밖에 안 된다. 이 중 알파홀딩스,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코아시아는 삼성전자 계열이며, 에이직랜드는 TSMC의 VCA에 소속되어 있다. 대만에 비하면 디자인 하우스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이 TSMC에 비해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파운드리는 좋은 디자인 하우스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운드리와 디자인 하우스는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며, 특히 파운드리는 디자인 하우스에 공정 기술의 상당 부분을 공개해야 그에 따라 제조 도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한 곳하고만 일할 수 있어서이다. TSMC, 삼성을 비롯한 대형 파운드리는 각자 글로벌 디자인 하우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TSMC는 VCA를, 삼성전자는 DSP라는 디자인 하우스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VCA 쪽이 더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대만 1위 디자인 하우스인 글로벌유니칩의 매출은 국내 디자인 하우스 1위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두 배 규모에 이를 정도다.<ref>[https://news.v.daum.net/v/20220425090807560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없인 대만도 못이긴다"], 전자신문, 2022년 4월 25일.</ref> 사실 우리나라는 디자인 하우스가 겨우 네 곳밖에 안 된다. 이 중 알파홀딩스,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코아시아는 삼성전자 계열이며, 에이직랜드는 TSMC의 VCA에 소속되어 있다. 대만에 비하면 디자인 하우스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이 TSMC에 비해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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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반도체]]
[[Category:반도체]]

2023년 2월 15일 (수) 23:20 판

팹리스파운드리의 중간에 있는 디자인 하우스(design house), 또는 칩리스(chipless)라는 기업도 있다. 팹리스가 회로 설계 도면을 만들면 이것을 가지고 제조용 도면과 마스크를 만들고, 테스트도 하는 기업이다. 설계 도면은 반도체 칩의 전체적인 회로 구조를 짜는 도면이라면, 제조용 도면은 이를 실제로 웨이퍼 위에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도면이다.

보통 디자인 하우스의 역할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비유로 드는 것이 건축 설계도면이다. 대형 건축물의 설계 도면을 생각해 보자. 건축가는 건물의 골조와 외관을 잡아서 건물 전체의 도면을 그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완전한 하나의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 층마다의 설계 도면이 따로 있을 것이고, 전기, 수도, 공조를 비롯한 각종 배관 및 배선도 도면도 만들어야 하고, 건물 안 각각의 호실에 방은 어떻게 몇 개를 만들 것인지도 설계 도면이 필요하다. 처음 건축가가 만드는 건물 전체의 도면은 건물이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잘 서 있고 외관이 아름다우며 내부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가기에 좋은 공간만 잘 조성되어 있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세부 도면을 그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전체 도면을 일부 고쳐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전체 도면을 잘 설계했다고 해도 안팎의 세밀한 도면을 부실하게 그렸다면 건물의 공간 활용이 엉망일 수도 있고, 공기의 흐름이나 내부 동선이 개판일 수도 있고,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싸한 속빈 강정이 될 것이다.

반도체 칩 설계 도면은 건축 도면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처음의 회로 설계 도면만 가지고는 칩을 만들기 힘들다. 회로 설계 도면은 논리적으로 잘 작동하기는 게 가장 중요하며, 설계자들도 여기에 가장 집중한다. 그 결과로 나오는 도면은 이론상으로는 잘 작동하겠지만 실제로 이걸 웨이퍼라는 공간에 어떻게 욱여넣을 것인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 회로 도면이 디자인 하우스로 넘어가면 여기에서 실제 이 회로를 웨이퍼로 욱여넣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최근의 엄청난 회로 집적도 때문에 칩 하나를 만들 때 포토공정 한 번으로는 웨이퍼에 모든 회로를 새길 수 없다. 따라서 전체 회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포토공정과 식각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나누고 어떤 순서로 공정을 진행할지도 디자인 하우스의 제조용 도면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제조용 도면을 잘 설계했다고 해도 이를 실제 웨이퍼에 새기기 위한 최적화된 설계용 도면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수율이 개판이 되거나 칩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더 나아가,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영업도 한다. 전 세계에 있는 크고 작은 팹리스를 파운드리가 모두 직접 영업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중소규모 팹리스를 상대로 한 영업을 디자인 하우스가 하기도 한다.[1] 즉, 디자인 하우스가 파운드리의 대리점 구실도 한다는 얘기다.

파운드리는 좋은 디자인 하우스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운드리와 디자인 하우스는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며, 특히 파운드리는 디자인 하우스에 공정 기술의 상당 부분을 공개해야 그에 따라 제조 도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하우스는 파운드리 한 곳하고만 일할 수 있어서이다. TSMC, 삼성을 비롯한 대형 파운드리는 각자 글로벌 디자인 하우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TSMC는 VCA를, 삼성전자는 DSP라는 디자인 하우스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VCA 쪽이 더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대만 1위 디자인 하우스인 글로벌유니칩의 매출은 국내 디자인 하우스 1위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두 배 규모에 이를 정도다.[2] 사실 우리나라는 디자인 하우스가 겨우 네 곳밖에 안 된다. 이 중 알파홀딩스,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코아시아는 삼성전자 계열이며, 에이직랜드는 TSMC의 VCA에 소속되어 있다. 대만에 비하면 디자인 하우스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이 TSMC에 비해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