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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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3월 13일 (토) 20:45 판
드립 커피 한 잔.

Drip coffee.

개떡 같이 뽑은 것은 개드립커피라고 한다.

갈은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우려낸 커피. 수증기펌프를 이용해서 높은 압력으로 단시간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2~3분에 걸쳐서 천천히 우려낸다. 종이이나 고운 철망, 천으로 만든 필터로 커피 알갱이가 섞여들어오지 못하도록 분리하기 때문에 필터드 커피(filtered coffee)라고도 한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을 뜻할 때에는 드립 브루잉(drip brewing)이라고 한다. 원래는 독일에서 시작했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다음 일본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장인정신 넘쳐나는 고도화의 과정을 거쳐나갔다. 온갖 기법과 도구가 발달한 만큼 드립 커피의 본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브랜드인 하리오, 칼리타와 같은 커피 도구들도 일본 브랜드다. 다만 초고급 라인에는 독일 브랜드들도 포진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 쪽은 드립 커피가 보편이다. 스타벅스를 위시한 에스프레소의 공세가 강력하지만 대부분의 킷사텐은 드립커피를 고집한다.

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고 간편하게 커피를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법이라 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니 뭐니 하는 게 소개되지 않았던 시절 한국에서는 그냥 원두커피라고 불렀다. 물론 이것도 제대로 갖춰 놓으려면 이것저것 사야할 게 은근히 꽤 되긴 한다. 이 세상에 작정하고 돈지랄하자면 뭐는 안 그러나. 다만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면 모카 포트라는 간편한 방법이 있긴 한데, 고압력 펌프로 뽑아내는 전문 기계에 비하면 아무래도 딸린다. 반면 드립 커피는 전문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도구라도 해도 그라인더 정도를 제외한다면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도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커피 그 자체와 바리스타의 드립 실력이 결과물을 더 많이 좌우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티백. 아예 한 잔 단위로 티백 포장이 되어서 나오는 커피도 있고, 티백을 사서 커피를 담아 우려낼 수도 있다. 컵만 있으면 되니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냥 차 우리듯이 뜨거운 물에 티백을 담그는 방법도 있고, 컵 위에 걸쳐놓고 위로 물을 부어 진짜 드립 커피처럼 내려먹을 수 있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소 같은 곳에 가면 커피 없이 컵 위에 걸치는 티백만도 판다.

프렌치 프레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커피 전체를 물에 푹 잠기게 한 다음 필터로 커피 알갱이를 걸러내고 따르는 방법. 티백 다음으로 간편하다고 할 수 있다.

드립커피 하면 그래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는 병이나 컵 위에 종이 필터[1] 위에 갈은 커피를 놓고, 그 위로 뜨거운 물을 불어서 중력으로 커피가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것. 이게 바로 드립(drip, 똑똑 떨어진다). 이걸 자동화한 게 커피메이커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유행하기 전까지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물건으로, 물론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다.

제대로 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다음 도구들은 필요하다.

  • 그라인더(핸드밀 또는 전동식 그라인더) : 커피를 분쇄하는 도구. 아예 원두를 살 때 분쇄를 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휘발되거나 산패되어 금방 맛과 향이 망가진다.
  • 드리퍼 : 서버 위에 올려놓는 깔때기 모양의 도구로 여기에 커피 필터를 놓고 분쇄한 원두를 넣은 다음, ㅡ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추출한다.
  • 서버 : 드리버를 받치면서 내려오는 커피를 받아주는 주전자.
  • 드립포트 : 커피를 추출할 뜨거운 물을 부어줄 주전자. 보통 얇고 긴 S자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서 가는 물줄기가 일정하게 나오도록 해 준다.
  • 계량스푼, 또는 계량컵

드리퍼와 서버는 세트로 파는 것도 많다. 여기에 커피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 물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까지 있으면 더 좋다. 소모품은 커피 원두, 그리고 필터 정도다.

사실 이 중에서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별로 없다. 비싼 것은 한도 없이 비싸지만 드리퍼와 서버, 드립포트는 다 합쳐서 10만 원 정도만 써도 충분히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그라인더. 이건 진짜 맘 먹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라인더 하나가 나머지 도구를 합친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 싸구려 그라인더는 분쇄한 알갱이의 크기가 고르지 않으며, 잔가루(미분)가 많이 생기고, 여기에 마찰열이 심해서 커피의 맛과 향을 변질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싸구려'의 기준이 높다. 일단 다른 도구처럼 5만 원 정도 써서서 결과물이 제대로 안 나온다. 손으로 돌려서 커피를 가는 핸드밀조차도 10만 원 이상은 써야 그냥저냥 쓸만한 놈이 나오고, 2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핸드밀 쪽에서 최고로 쳐주는 독일의 코만단테는 수동 주제에 제품에 따라 30만 원도 넘어간다. 전동식 그라인더를 쓰겠다면 30만 원 이상은 기본으로 쓸 각오는 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흔하게 쓰이는 하리오나 칼리타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그라인더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며, 아예 자타공인 최고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쓸 형편이 아니라면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아야 하므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후기들을 잘 읽어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가동부가 없기 때문에 몇 만원 정도 이상이라면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는 사용자의 기술이 커피맛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지만 원두 분쇄를 위한 가동부가 있는 그라인더는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고 해도 그라인더가 나쁘면 답이 없다. 초보자라면 '내가 일단 기술이 좋아야지 처음부터 무슨 장비빨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라인더는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을 장만하는 게 좋다. 부담된다면 10만원 언저리에서 최대한 가성비 좋은 핸드밀을 찾아보고 드립 실력이 충분히 발전하면 아마도 알아서 확실한 제품을 찾게 될 것이다.

각주

  1. 면으로 만든 필터도 있다. 이쪽이 좀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