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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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12월 20일 (수) 13:54 판

No-show.

예약을 한 손님이 사전에 취소나 변경 통보 없이 그냥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show) 않는 (no) 것. '예약 부도'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요즘은 노쇼가 더 많이 쓰이는 분위기다.

노쇼가 일어나면 당연히 여러 가지 손해가 난다. 예약이 영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라면 더더욱.

  • 교통 운송업 : 예를 들어 28석이 있는 우등고속버스가 있는데 표는 사고 안 나타나는 손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손해가 아니라 돈 굳은 거잖아. 대부분의 경우, 노쇼가 나더라도 환불이 허용된다. 노쇼 때 환불이 안되는 아주 싼 표를 제외하고는 일부 수수료를 떼고 환불이 된다. 그 빈 자리를 출발 직전에 판매하는 것도 명절을 비롯한 성수기 때가 아니라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노쇼가 났을 때 위약금을 물리는 것으로 손실을 보충하고, 오히려 실제 탑승했을 때 들어갔을 연료비나 서비스 비용이 안 들어가니까 회사로서는 별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버스를 타야 했는데 표가 매진되어서 못 탄 사람에게도 피해가 가게 된다. 이렇게 피를 본 승객은 다음에는 이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고, 또한 회사로서는 예측이 안되는 변수가 늘어나는 것이 경영에 절대 좋지 않다. 특히 패스와 같은 할인 프로그램으로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좌석 예약은 해 놓고 노쇼를 해 버리면 업체는 환불 수수료가 있는 것도아니고, 그 좌석을 제값 주고 타려는 손님에게 팔지도 못하게 되어 손해의 폭이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일본재팬레일패스도 그때문에 꽤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항공사에서 실제 좌석 수보다 더 많은 항공권을 판매하는 이른바 오버부킹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내세우는 것도 노쇼, 또는 출발을 얼마 안 남겨 놓고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는 승객 문제다.
  • 숙박업 :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도 노쇼가 나면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운송업처럼 수수료를 떼고 환불하거나, 환불 불가 조건으로 싸게 객실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그 객실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특히 체크인 때 결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판매된 객실에서 노쇼가 나면 수수료를 뗀다고 해도 그 객실은 최소 1박 이상은 공치게 되어 버리고 그때 가서 판매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업체에게 그만큼 손해가 간다.
  • 음식점, 미용실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 : 이쪽의 피해는 정말 크다. 그나마 운송업이나 숙박업은 예약을 할 때 미리 돈을 받거나 최소한 카드 정보라도 받아서 위약금이라도 물릴 수 있지만 이쪽은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다. 특히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예약을 받으며 그 사람 수와 주문한 음식에 맞춰서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만약 노쇼가 나면 최악의 경우, 미리 음식을 손질하고 어느 정도 조리를 해서 예약 시간에 맞춰서 내려고 했는데 노쇼가 나버리면 버려야 한다. 못 팔아서 손해고 음식이나 식재료를 버려야 하므로 손해가 이중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규모가 작고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음식점도 있는데 이런 곳은 노쇼가 나면 그냥 하루 장사를 날려먹을 수도 있다. 최현석 셰프에 따르면 결국 잦은 노쇼로 망하는 레스토랑까지 있다고 할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노쇼 손님의 예약을 다시 받지 않거나, 사전에 예약금을 받든가 하는 음식점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 의료 : 요즘은 많은 병원들이 진료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노쇼 문제가 심각하다. ‘2016년-2017년 국립대병원 외래환자 예약부도현황’에 따르면 2017년 7, 8월 14개 국립대병원의 외래환자 예약부도율이 평균 1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8명 당 한 명 꼴로 노쇼가 나는 것이다.[1] 몸이 아픈 사람들이 진료 예약을 할 때 예약이 다 차서 아픈 몸을 참고 하루 이틀을 더 기다리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이런 식으로 노쇼가 나면 그런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짓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최근 들어 노쇼가 정말 문제가 되고 있다. 예약 문화가 정착이 선진국에 비하면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이른바 코리안 타임이라고 할 정도로 시간 약속에 관한 의식 부족에다가 그놈의 갑질 문화까지 겹치다보니 노쇼를 해 놓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손님들도 적지 않을 정도. 하지만 노쇼는 단순히 업체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던 다른 손님에게까지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손님이 왕이라고 생각한다면 왕에 걸맞는 품격과 에티켓을 갖추자. 제발 네로나 연산군같은 또라이 폭군은 되지 말란 말이다.

특히 음식점 노쇼 문제로 큰 화제+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이른바 '400명 노쇼 사건'이다. GS건설과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던 롯데건설이 입찰 결과 발표날 축하 파티를 위해 한 고깃집에 400명 분을 예약해 놨다가 입찰 결과 GS건설로 발표가 나자 그냥 노쇼해 버린 것. 게다가 업주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였다고 한다. 당연히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롯데건설의 해명이 더 가관이었다. "400명 예약이 아닌 300명이었다", 그리고 "못 갈수도 있으니 고기는 준비하지 말고 수저와 반찬 등 기본 세팅만 해달라고 했다"는 건데, 욕만 더 먹었다. 만약 고기 준비 안 했다가 300명이 우루루 몰려오면 어쩔 건데? 한 마디로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그냥 억지로 한 것에 불과하다.

완전히 안 나타는 경우도 문제지만 지각도 문제다. 서비스 업종에서 예약을 해 놓고 늦게 오게 되면 이미 다른 손님을 받고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 서로 문제가 참 곤란해진다. 특히 이럴 때 약속을 안 지키고 늦은 사람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왜 다른 손님을 받았냐느니, 차가 막혀서 늦은 건데 그 정도는 기다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느니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늦는 것은 나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빼앗는 행위라는 것을 좀 생각하고 살자.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많이 불거진 문제지만 예약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일찍 정착한 외국에서도 노쇼 문제로 골치를 앓는 업소들이 꽤 있는 모양으로, 미리 보증금을 받거나 위약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연말이 다가오면 종종 방송에서 노쇼 문제를 다루는데, 적극적으로 대처를 못하고 냉가슴을 앓는 업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손님에게 나쁜 말을 하는 것도 꺼려지기도 하고, 또한 번 부도냈다고 강하게 대처하면 그 손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도 강한 대처를 꺼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