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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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월 17일 (금) 13:03 판
<봉피양>의 평양식 냉면.

차갑게 먹는 국수 요리의 일종으로, 말 그대로 찰 냉(冷)에 국수 면(麵), 차가운 국수다. 주로 북한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이제는 칼국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의 국수 요리로 자리 잡혀 있는데, 칼국수는 여전히 비싸지 않은 대중 요리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냉면은 상당한 고급화의 길을 걸어 오면서 사람들에게도 고급 국수 요리로 인식되어 있다.

차가운 국수 요리는 한국의 냉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당장 비빔국수류는 대부분 차갑게 먹는다. 냉국국수를 말아서 먹는 냉국수, 차가운 콩국에 말아 먹는 콩국수도 있다. 일본자루소바, 자루우동 같은 음식도 있으며, 중국식 냉면도 있다. 하지만 흔히 냉면이라고 하면 평양을 중심으로 발달한, 메밀과 녹말로 국수를 만들고 차가운 고기육수에 말아서 먹는 음식을 기원으로 보며, 이른바 함흥냉면이라고 부르는 스타일의 차가운 국수 역시 그렇게 부른다.

육수가 종종 시빗거리가 되는데, MSG를 극도로 증오하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 냉면집이 MSG육수 맛을 낸다는 사실을 까발리면서 꽤나 시끌시끌했다. 특히 고기는 하나도 안 쓰고 MSG만으로 육수 맛을 내는 집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는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 하지만 MSG를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 비난할 일도 아닌 게, 고기 한 점 안 쓰고 MSG로만 육수를 뽑는 집이야 문제지만 재료를 제대로 써서 육수를 뽑아도 이미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맛이 밍밍하다'고 투덜대는 앞에서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마를 넣으면 거기서 나오는 것도 MSG다. 천연 MSG니까 다른 거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고기는 한 점도 안 쓰고 MSG로 맛을 내는 비양심적인 가게들이 문제인 거지, 육수는 제대로 뽑으면서 MSG 조금 넣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고명으로는 완숙으로 삶은 달걀이나 달걀지단, 편육, 무채가 거의 공통으로 올라간다. 보통 달걀은 마지막에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처음에 먹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일단 입 안의 잡맛을 제거해주는 효과도 있고, 반면에 입안이 약간 텁텁해지면서 차가운 국수를 먹기 좋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노른자를 으깨서 국물에 풀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육수 본연의 맛은 망가진다.

고깃집에서는 고기를 먹고 나서 마무리로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뜨거운 숯불을 앞에 놓고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뜨겁고 기름진 고기를 배불리 먹은 후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느낌이 그만이다. 아예 작은 사이즈의 '후식냉면'을 보통 냉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고깃집도 많다. 물론 냉면도 주력으로 취급하는 고깃집이 아니라면 면 뽑는 기계를 갖다 놓고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종종 잘난척하기 좋은 사람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냉면을 두고 벌어지는 온갖 설교에 질려버린 사람들도 꽤나 많다. 자세한 것은 면스플레인 항목 참조.

종류

지역에 따라서

평양냉면

'진짜' 냉면이라고 하면 이 평양냉면이다. 다른 냉면이 가짜라는 게 아니라, 북한에서는 냉면이라고 하면 이걸 뜻하고 다른 건 '냉면'을 붙이지 않고 다른 이름을 쓴다.

함흥냉면

북한에서는 농마국수라고 부르는데 북한 실향민들이 남한에서 터잡고 살면서 발전해 온 게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의 영원한 라이벌이며 함흥냉면을 파는 가게가 평양냉면 가게보다 훨씬 많지만 평양냉면 붐이 너무 과하게 일면서 부당하게 평가절하된 억울함도 있다.

진주냉면

남한 쪽에서 발전한 냉면으로는 가장 유명한 편이다. 경상남도 진주 쪽에서 발전해 온 냉면, 육수는 심심한 반면 고명은 육전을 비롯하서 푸짐하게 올리는 게 특징이다. 다만 한번 맥이 끊어졌다가 복원된 거라서 옛날의 그 진주냉면과 같은지는 의문이 있다.

국물이나 고명에 따라서

물냉면

육수를 사발에 넉넉히 붓고 여기에 면을 말아서 먹는 스타일의 냉면. 남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은 MSG 소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고 약간 달달한 느낌을 주는 국물을 사용하는 함흥식 물냉면으로, 사실 함흥의 오리지널 농마국수와는 육수가 다르다. 함흥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남한에서 발전시켜 오면서 하나의 스타일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특히 더운 여름에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는 물냉면은 더위를 쫓는 최고 인기 음식 중 하나. 평양냉면은 원래가 물냉면이 기본인데, 이쪽은 육수의 고기향이 진하게 나고 단맛이 없기 때문에 감칠맛은 있지만 심심한 느낌이 특징이다. 북한에서는 '냉면'이라고 하면 기본이 평양냉면을 생각하고 다른 차가운 국수는 냉면이라는 말보다는 '국수'라는 말을 쓴다. 특히 비벼먹는 국수에는 냉면이라는 말을 안 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비빔국수는 차게 먹는 게 기본이니.

그밖에 지역에 따라서 진주냉면처럼 건어물을 사용하는 국물도 있고, 열무 물김치나박김치 국물을 사용하는 김치말이 냉면도 있다. 서울 쪽에서는 매운 양념을 타서 물냉면이지만 매운 맛이 강한 냉면도 있다. 부산의 밀면, 일본모리오카 냉면도 물냉면에 속하며 이쪽도 고춧가루나 김치국물을 써서 매운 맛을 낸다. 둘 다 함흥 쪽에서 건너온 실향민들이 만들었다는 데서, 함흥의 농마국수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을지로4가의 &;우래옥&;은 평양냉면 말고도 김치말이냉면이 유명하다. 원래는 메뉴에는 안 쓰여 있고 아는 사람만 주문하라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져서 메뉴에도 들어 있다. 우래옥 불고기의 정신나간 가격, 그리고 요즈음 평양냉면 가격을 생각해보면 그닥 비싸다고까지 할 건 아니다. 다른 냉면과 달리 참기름을 뿌려주는 데다가 밑에 밥이 깔려있는 게 진짜 특징이다. 냉면 먹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으니까 속은 든든하다.

비빔냉면

국물 없이 양념장을 면에 비벼먹는 스타일의 냉면. 하지만 국물이 너무 없으면 잘 뭉쳐지는 냉면의 특징 때문에 비비기도 힘들고 뻑뻑하게 때문에 같이 나오는 육수를 조금 넣어서 약간 자작한 정도로 비비는 게 보통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에서는 그냥 '국수'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냉면집에서는 물냉면보다 비빔냉면이 더 비싸다. 국물이 한가득 들어서 양이 더 많아 보이는 물냉면보다 비빔냉면이 더 비싼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물보다는 양념장의 원가가 더 비싸다고 한다. 물냉면 육수야 양지와 잡뼈로 수십명 분의 육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1] 그 볼륨감에 비해서 원가는 얼마 안 되지만 양념장은 들어가는 고춧가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양념들의 가격이 오히려 육수의 원가를 초월한다고. 다만 500~1,000원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원가가 차이가 나는지는 좀 의문이다.

회냉면

비빔냉면의 일종으로, 고명으로 편육 대신에 회를 얹는 점이 다르다. 홍어회, 가자미식해, 명태식해와 같이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북한에도 회를 고명으로 얹어 비벼먹는 국수가 있지만 이를 회냉면이라고 하지 않고 회국수라고 부른다.

국수에 따라서

칡냉면

강원도 쪽에서 주로 발전한 것으로 이름처럼 면을 만들 때 칡가루를 넣는다. 칡에도 전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쫄깃한 면발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칡냉면이라고 팔리는 음식 중에 칡이 제대로 들어간 게 별로 없고 찔끔찔끔 들어가 있기 때문에 칡이 가지는 향미 같은 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 옛날에야 산에 가면 큼직큼직한 칡 캐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요즈음은 칡가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칡은 찔끔 넣고 싸구려 재료들로 비슷하게 만드는 비양심적인 업자들이 많은 게 문제다. 특유의 거무튀튀한 색깔은 메밀을 볶아 빻아서 내거나 더 비양심적인 업자들은 코코아가루나 카라멜색소를 넣어서 색을 내는 식이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여러 번 고발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개선되었는지는 의문. 칡냉면은 국수의 차이기 때문에 물냉면, 비빔냉면과 같은 종류들이 있다.

지역별 분류

지역색으로 분류했을 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평양냉면함흥냉면. 남한에서는 최근 들어 평양냉면의 인기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함흥냉면의 인기가 훨씬 높고 가게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정작 북한에서는 함흥냉면이라고 하면 그게 뭐냐는 반응. 그냥 냉면 하면 평양냉면이다. 그밖에도 북한 지역에는 해주냉면, 사리원냉면을 비롯한 몇 가지 냉면이 있긴 하지만 함흥냉면은 북한에서는 냉면이라고 부르지 않고 농마국수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는 함흥냉면은 농마국수가 남한으로 건너와서 오장동 흥남집을 필두로 함흥냉면이라는 스타일로 발전한 것이다. 비빔이 메인이지만 차가운 국물에 말아먹는 국수도 있었으므로 함흥에는 물냉면이 없다는 이야기는 잘못돤 것. 애초에 함흥에는 냉면이 없다니까 차가운 육수를 듬뿍 붓고 국수를 말아 먹는 물냉면과 매운 양념장에 비벼먹는 비빔냉면으로도 구분되는데, 이 역시 북한에 가면 그게 뭐냐는 반응. 북한에서는 그냥 냉면이라고 하면 평양식 물냉면이 스탠더드다. 나머지 냉면은 대부분은 남한에 건너와서 파생되었거나 북한에서는 그냥 국수 취급을 받던 게 남한에 와서 냉면 타이틀을 받게 된 것.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개량되어서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되었기 때문에 함흥에 냉면이란 이름을 가진 국수가 없다고 짝퉁이라거나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북한식 냉면 말고도 경상남도 진주에서 발전한 진주냉면도 있다. 육수를 낼 때 해산물이 들어가고 육전을 비롯해서 호화롭고 푸짐한 고명을 올리는 것이 특징인데,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남도 일부 지역 말고는 보기 어렵다. 사실 한번 맥이 끊겼다가 복원된 거라서 진짜 진주냉면과는 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좀 밍밍한 맛일 수 있다.

서울식 냉면이라는 것도 있다. 이쪽은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처럼 딱 떠오르는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냉면을 만들어 온 몇몇 가게들이 별달리 붙일 이름이 없어서 그냥 서울식 냉면이라고 부른 것에 가깝다. 종로 피맛골에 있다가 피맛골이 재개발되면서 신사동으로 옮겨온 한일관이 서울식 냉면으로 알려져 있고 여기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중간쯤 되는 맛이라고 한다. 물이든 비빔이든 매운맛을 세게 낸 스타일로는 창신동 깃대봉냉면, 한남동 동아냉면을 비롯해서 서울 각지에 이쪽 스타일의 냉면을 하는 곳들이 여러 곳 있다.

파생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북한 출신 실향민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사용해서 밀면을 만들었고, 부산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정착되었다.

냉면은 일본에도 건너가서 모리오카 일대에서 함흥 출신의 실향민들이 모리오카 냉면을 발전시켰다. 모리오카 지역에서는 쟈쟈멘, 완코소바와 함께 면 요리 3대장 자리를 차지하고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식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냉면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공통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리오카 냉면 항목 참조. 모리오카 냉면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오이타현 벳푸시에도 벳푸 냉면이라는 게 있다. 이 역시 재일교포들이 한국 냉면을 현지 사정에 맞게 발전시킨 것으로, 한국 냉면이나 모리오카 냉면과 스타일은 좀 다르다.

중국에도 냉면이 있는데, 지린성 옌지시의 조선족들 사이에서 발전한 스타일의 냉면으로, 모리오카 냉면처럼 우리나라의 냉면과는 많이 다르다. 문제는 중국인들 중에 이게 한국 냉면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오히려 제대로 한국식 냉면을 파는 곳에서 중국인들이 "이게 무슨 냉면이냐!"고 항의한다고.[2] 하지만 연길냉면 역시도 독자적으로 그 지역에 맞게 발전해온 것인 만큼 짝퉁이니 뭐니 할 일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국식 짜장면에 익숙해져 있다가 중국에 가서 자쟝미엔을 먹으면 뭐 이래? 하고 맛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와는 다른 종류로, 중국집에서 많이 파는 이른바 '중국냉면' 혹은 비취냉면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는 이런 요리가 없다. 차가운 국수 요리가 많은 일본의 화교로부터 건너온 것이라는 추정, 혹은 짜장면처럼 중국의 찬 국수 요리인 량면[3]이 한국 화교들 사이에서 한국의 냉면과 결합한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4]

각주

  1. 심지어 고기를 별로 안 쓰고 MSG로 맛을 내는 곳도 적지 않으니...
  2. "한국 냉면이 연길 냉면에 밀린 까닭", <한겨레신문>, 2014년 10월 29일.
  3. 차가운 국수 요리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파는 중국냉면과는 달리 국물이 자작하다고 한다.
  4. "중국엔 없는 '중국냉면'…넌 어느 별에서 왔니?", <조선일보>, 2008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