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가격
Transfer Pricing.
조세회피(BEPS)를 위해 자주 쓰이는 수법으로 한마디로 말해서 자회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바가지 가격으로 사서 소득을 해외로 이전시키는(transfer) 것이다.
한국에 글로벌 기업 A가 있고, 이 기업은 세금이 엄청 싼 나라에 자회사 B를 만들었다. 그리고 A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B가 공급한다. OEM 납품식으로 할 수도 있고, 중간 제품을 받아서 A 기업의 딱지를 붙여서 낼 수도 있고 하여간. 이 때 B가 공급하는 제품의 가격이 통상적으로는 한 개에 10 달러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A는 일부러 B의 제품을 개당 12 달러에 구매한다. 즉 20% 바가지를 쓰고 제품을 사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품 하나 당 2 달러가 B로 이전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비용은 A가 소득 신고를 할 때 비용으로 공제되므로 그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A는 한국에서 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B는 세금이 싼 '확싼국' 나라에 있어서 5%만 내면 된다고 가정하자. A가 제품을 팔아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10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면 한국에 2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B로부터 500억 원 어치의 제품을 납품 받으면서 20%의 바가지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면 1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소득이 싹 사라지고 장사 열심히 했는데 남는 게 없어요 어흑. 망했어요 100억 원은 B로 넘어간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A는 한국에는 한 푼도 안나고 B는 '확싼국'에 10억 원을 내므로 세금이 반으로 줄어든다.
굳이 귀찮게 제품으로 안 하고 특허 로열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A가 가진 특허를 자회사 B에게 몽땅 넘기면 A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특허 로열티를 B에 내야 하는데, 이 로열티를 왕창 비싸게 매김으로써 소득의 대부분을 B로 이전해 버릴 수 있다. 실물 제품이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으므로 더 간단하기도 하고, 구글처럼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라면 이 방법만한 게 없다.
이러한 이전가격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널리 쓰이다 보니,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미국의 경우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가 발생할 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상가격에 해당되는 만큼만 비용으로 인정한다. 앞선 예에서 통상 개당 10달러인 제품을 12달러에 구매하는 거래를 했을 때 비용으로 10달러만 인정해 주는 것. 하지만 애플을 비롯한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것도 피해나가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 났다. 그 예가 더블 아이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