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장을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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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2월 5일 (월) 12:47 판

어떤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또는 틀림없이 된다는 것을 호언장담하는 표현이다. '내 성을 간다!' '내가 니 아들(딸)이다!' 와 같은 표현과 비슷한 것.

그런데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어원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때 '장'이 도대체 뭐냐를 놓고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뜸에서 나왔다는 설

이 설에 따르면 장은 壯이다. '힘이 장사다'라고 할 때의 장 자인데, 을 뜰 때의 단위가 바로 이 壯이다. 뜸 한 번을 뜨는 것을 '한 장을 뜬다'고 말하는데, 한 번의 효과가 장사 한 번의 효과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을 뜨는 게 그만큼 통증이 심하고 힘들어서 장사만큼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 장이라고도 한다.

이란 과 같은 약재를 말린 것에 불을 붙여서[1] 피부 위에 불을 올려놓고 그 열이 몸 속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즉 특정한 부위를 작은 불로 지지는 것으로 당연히 엄청 아프다. 그런데 이걸 손에 올려 놓고 장을 지진다고 생각해 봐라. 무진장 아플 수밖에 없다. 즉, 이 설에 따르면 '내 손에다가 뜸을 뜨겠다!', 즉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죄인을 고문할 때 시뻘겋게 달군 인두로 지지는 방법을 쓰기도 했으니, 사서 고문을 당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

이 설에 따르면 장은 醬이 된다. 여기서는 간장을 뜻한다. 즉 뜨겁게 달인 간장에다가 손을 집어넣어서 지지겠다는 뜻이 된다. 사실 뜸을 뜨는 단위를 '壯'이라고 한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의 유래를 이쪽으로 많이 해석한다. 뜨거운 간장에 손을 데었던 아낙들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한자 속담집 <동언해>(東言解)에는 ‘장상전장’(掌上煎醬, 손바닥 위에서 간장을 달인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2]

하지만 간장에서 나왔다는 설은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장을 지진다'는 말은 그 어법으로 볼 때 뜸을 뜬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진다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 국물을 조금 붓고 끓여서 익히다.
  • 불에 달군 판에 기름을 바르고 전 따위를 부쳐 익히다.
  • 불에 달군 물건을 다른 물체에 대어 약간 태우거나 눋게 하다.
  • 열을 내는 것에 대어 찜질을 하다.

뜸을 뜬다는 의미로 보면 3, 4에 딱 맞지만 간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1, 2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맞지가 않는다. 1, 2 둘 다 그 의미에 부합하려면 손이 간장을 끓일 만큼 뜨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간장 유래설이 맞다. '내 손에서 장을 달이겠다', '내 손을 장에 담그겠다'와 같은 쪽이 더 맞다. 또한 뜸 유래설은 뜸이라는 치료가 엄연히 한방에 있고, 불로 지지는 고문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호언장담한 게 틀리면 사서 벌을 받겠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 말이 되는데, 뜨거운 간장에 손을 넣는 형벌이 있었다는 얘기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고 딱히 그에 관련된 풍습도 없다. 애꿎은 간장만 버린다. 아낙들이 손을 데었다거나 <동언해>에 나오는 속담과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뜸에 비하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사례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에서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이 표현을 써서 유명해졌다.

각주

  1. 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연기와 불빛이 나는, 즉 숯불 같은 불이다.
  2. 이정현, 손에 장을 지질까, <한겨레신문> 2016년 1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