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Vodka.
증류주의 일종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감자나 이런 저런 잡곡을 써서 술을 빚은 다음 증류하고, 활성탄으로 여과해서 불순물을 제거한다. 오크통 숙성 따위 없다. 쉽게 말해서 러시아 소주.
분명 러시아 술로 유명한데, 어찌된 일인지 전 세계에서 팔리는 보드카는 러시아 보다는 다른 나라 것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제정 러시아 시대와 소비에트 혁명을 거치면서 보드카 잘 만들던 업자들아 국유화로 회사 빼앗기고 나자 탈출해서 다른 나라에서 만들기도 했다. 냉전시대에 소련과 서방세계 사이의 무역도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소련 바깥에서 만든 보드카들이 잘 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게 수십 년 지속되다 보니 굳이 러시아산 보드카가 최고라는 생각도 없어졌다. 그리고 어차피 싸구려 술이잖아. 러시아에 가깝고 기후도 비슷한 북유럽 쪽에 유명한 보드카 회사들이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압솔루트 보드카도 스웨덴산. 핀란디아 보드카는 어디 건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미노프는 러시아에서 창립된 브랜드이긴 한데 소비에트 혁명 과정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에서 흥했다. 지금은 영국의 디아지오 소유다.
냉동실에서 얼기 전까지 아주 차갑게 하면 진득해지는데 스트레이트는 이럴 때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 정설.
칵테일
칵테일 재료로 많이 애용된다. 일단 이놈 자체는 그냥 알코올 덩어리라로 봐도 되니 알코올이 없는 재료에다가 이놈만 넣으면 칵테일이 된다. 대표격이 스크류드라이버. 오렌지쥬스 + 보드카로 끝이다. 서양에서 가장 많이 찾는 칵테일 중 하나로 꼽히는 블러디메리도 레서피를 보면 '어라? 토마토 케첩에다 보드카 넣으면 끝이네?' 수준이다. 즐겨 먹는 음료에다가 보드카만 타면 되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로 등극한 것은 보드카 그 자체로도 잘 나가지만 칵테일 재료로서 가진 장점에 더 점수를 줘야 할 듯. 이런 콘셉트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게 맥키스인데 우리나라 안에서도 인지도나 판매량은 보드카에 비하면 서울서 모스크바 거리다.
남자의 칵테일이라고 하는 마티니는 원래 진과 베르무트를 섞는 건데, 진 대신 보드카를 넣어서도 만든다. 이쪽을 보드카 마티니라고 부른다. 007 제임스 본드가 애용하는 칵테일.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라는 대사가 무척 유명하다. 영국 첩보원이 왜 영국 진은 안 마시고 러시아 보드카를 마셔? 이 자식 이중간첩 아냐? 그런데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진 마티니도 많이 마셨다. 이안 플레밍의 소설 속에서는 보드카 마티니는 19번, 진 마티니는 16번 주문했다고 한다.[1] 어떤 할일 없는 놈이 그런 걸 다 셌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위키 쓰는 사람도 할일 없는 놈이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서양에서는 담금주로도 많이 애용된다. 알코올 말고 다른 향미가 별로 없다는 점은 거꾸로 담금주을 만들었을 때 재료의 향미를 최대한 살려준다는 장점이 되기 때문. 우리나라에서 담금주에 소주를 주로 쓰는 것과 비슷하다. 종종 보드카 중에 레몬이나 오이, 각종 허브나 과일향이 들어간 것이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재료를 보드카에 담아서 오랫동안 보존하는 침출주 방식으로 만든다. 물론 대량생산 되는 제품이야 추출물 넣고 끝.
해장술
농담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당연히 보드카를 많이 마시는데, 해장술로도 많이 마신다. 역시 한국을 능가하는 술고래 나라 답다. 토마토쥬스와 섞은 칵테일인 블러디메리는 미국과 영국 쪽에서 해장술로 많이 마신다. 그런데 에탄올 이외의 메탄올 같은 불순물이 적어서 숙취가 제일 적은 술이 보드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