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좌석: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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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항공]]

2020년 2월 5일 (수) 11:15 판

주로 항공기, 그 중에서도 여객기에서 쓰이는 용어로, 비상구와 붙어 있는 열의 좌석들을 가리킨다. 비상구 바로 옆 창가 좌석만이 아니라 그 열 전체가 비상구 좌석이다.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 사태 때 승객과 승무원들이 탈출하는 통로다. 방해 받지 않고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야 하며 비상구 바로 앞에서는 승무원이 탈출을 돕기 때문에 좀 더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상구 좌석의 앞 공간은 통로로 쓰여서 공간이 넓다. 비좁아 터진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중에서 벌크석과 함께 가장 노른자위로 통하는 곳이 바로 비상구 좌석. 따라서 선호도가 무척 높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비상구 좌석 없나요?" 하고 묻는 승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상구 좌석은 단순히 편안한 좌석이 아니다. 비상구 좌석에 앉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비상 사태 때 다른 손님의 탈출을 도와주는 게 의무다. 체크인을 할 때에나 좌석에 앉아서 출발을 준비할 때에나 직원으로부터 이와 같은 안내를 받으며, 따라서 탈출을 도와줄 수 있을만한 신체 조건이어야 한다. 즉 너무 나이가 많아서 기력이 약하거나, 너무 어린 승객, 임산부, 장애인과 같은 승객들은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없다. 그 때문에 비상구 좌석은 보통 사전 좌석 지정을 할 수 없다. 체크인 때 승객이 탈출을 도와 줄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봐야 하기 때문. 또한 승무원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한국이라면 한국어나 영어회화가 되어야 하고, 외항사라면 영어 또는 그 나라의 모국어 중 하나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항공사들은 벌크석과 함께 비상구 좌석도 추가 요금을 받고 팔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이미 이런 장사를 많이 하고, 플래그 캐리어들 중에서도 KLM을 비롯한 유럽 항공사들 중에 이런 장사를 하는 데가 꽤 있다.[1] 하지만 설령 이렇게 비상구 좌석을 샀다고 해도 신체 조건이나 언어 능력이 비상시 탈출 보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항공사에서 다른 좌석으로 바꾼다. 추가 요금이야 환불되겠지만 승객은 좌석 교체를 거부할 수 없다. 당연하지만 비상 사태 때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문제다. 심지어 어리버리한 사람들은 비상구 옆 창가 좌석에 앉았다가 비상구 문을 열거나 하는 사고를 치는 일도 있다.

비상구 좌석이 선호도가 높기는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가방을 앞 좌석에 놓을 수 없다 : 기내에 가지고 들어온 짐은 머리 위 선반이나 앞 좌석 아래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비상구는 비상 사태 때 많은 승객이 탈출하는 통로이므로 앞 좌석 아래에 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비상 상황에서 좌석 아래에 두었던 짐이 빠져나오면 통로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 무조건 모든 짐은 머리 위 선반으로 올려야 한다. 귀찮아 하는 승객과 승무원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생기는 부분이다.
  • 테이블이나 화면 쓰기가 애매하다 : 아주 간격이 넓다면 좌석 옆 팔걸이에 접이식 테이블이 수납되어 있거나 기내 엔터테인먼트 화면을 꺼낼 수 있지만 그만큼 간격이 넓지 않다면 다른 좌석처럼 화면이나 테이블이 앞좌석 뒤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게 애매하게 멀어서 쓰기가 불편할 수 있다. 또한 테이블이나 화면이 팔걸이 안 또는 옆에 접이식으로 되어 있을 때에는 크기가 작다거나, 테이블 고정이 한쪽으로만 되기 때문에 좀 건들건들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 다만 이 정도로 간격이 넓다면 한 가지 아주 좋은 장점이 있는데, 창가나 중간 좌석 손님이 복도쪽 손님을 귀찮게 하지 않아도 복도로 나갈 수 있어서 무척 편하다.
  • 뭔가 애매한 상황 : 일부 여객기에는 비상구 좌석 바로 앞에 승무원 좌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들 좌석은 승객 좌석과 마주 보게 되어 있다. 이착륙 때에는 서로 뻘쭘해서 시선을 피하는 일이 많다. 누군가는 므흣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안 그렇다. 승무원들은 시선을 피하기보다는 훈련된 대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러면 왠지 더 뻘쭘해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비상 사태 때 비상구 좌석 승객이 가장 늦게 탈출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비상 사태 때 이쪽 승객들은 슬라이드가 펼쳐지면 먼저 탈출해서[2] 기내에서 빠져나온 승객들을 받아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돕는 일을 맡게 되므로, 오히려 먼저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먼저 도망갈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하지 말자. 실제 비상 사태가 일어났을 때 비상구 좌석 승객이 먼저 탈출한 다음 자기만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버리는 일이 심심치 않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 비좁은 기내에서 많은 승객이 일사불란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위험성도 높고 난이도도 높아서 고도로 훈련된 승무원들이 맡아야 하지만 항공기 바깥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리는 손님들을 빨리 대피시켜서[3] 뒤의 손님들이 빠르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일이므로 도망가지 말자. 나만 생각해서 먼저 도망간다면 최악의 경우에 당신이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가버리는 원인일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당신이 수십 명 이상을 살리는 데 한몫 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화재와 같은 이유로 항공기 바깥도 위험 상황이 되면 승무원이나 지상 구조 요원이 도망가라고 안내해 줄 테니까 그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침착하게 구조를 돕자.

각주

  1. 아시아나항공도 선호 좌석 예약이라는 이름으로 벌크석을 추가 요금을 받고 팔았지만 비상구 좌석은 해당사항이 없었는데 결국 2019년 6월부터는 비상구 좌석도 유료 판매하기 시작했다.
  2. 옆에 승무원이 없으면 직접 문을 열어도 되고 그렇게 해야 한다.
  3. 비상 사태 때 손님들은 당연히 뭐가 뭔지 모를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사태이므로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기가 힘들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온 다음에도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뭇거리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러면 후속 손님들의 탈출에 방해가 된다. 나이가 많거나 임산부, 어린이라면 더더욱 대피를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