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사이클: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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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이클이 나타나는 이유는 비단 소비 증가만은 아니다. 공급이 위축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면 많은 돼지들이 폐사 또는 살처분을 당하며, 공급이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다. 이 때에는 양돈업자들이 돼지를 키우고 싶어도 씨가 말라서 못 키울 수도 있다. 일단 전염병이 쓸고 지나간 농장은 한동안은 다시 입식을 못 하는 데다가 폐사 또는 살처분으로 암퇘지도 대량으로 죽어 나가기 때문에 새끼돼지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다.
이러한 사이클이 나타나는 이유는 비단 소비 증가만은 아니다. 공급이 위축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면 많은 돼지들이 폐사 또는 살처분을 당하며, 공급이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다. 이 때에는 양돈업자들이 돼지를 키우고 싶어도 씨가 말라서 못 키울 수도 있다. 일단 전염병이 쓸고 지나간 농장은 한동안은 다시 입식을 못 하는 데다가 폐사 또는 살처분으로 암퇘지도 대량으로 죽어 나가기 때문에 새끼돼지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다.


이 현상이 농업경제학과 잘 맞는 이유는, 농축산물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달리 곧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축만이 아니라 농산물에도 얼마든지 돼지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쌀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볍씨를 뿌려서 묘종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벼가 익어서 수확을 할 때까지는 몇 달이 걸린다. 게다가 계절도 탄다. 지금은 쌀값이 너무 오른다 싶으면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서 시장에 방출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수요 변화에 좀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계절에 따라서, 혹은 자연 재해 때문에 [[채소]]나 [[과일]] 값이 일시적으로 크게 튀어오를 때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안정화 된다. 채소나 과일이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값이 뛰면 이후에 재배량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서 심하면 밭을 갈아엎는<ref>수확을 하려면 사람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채소나 과일 껍질 폭락하면은 인건비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기계로 갈아엎어 버린다.</ref> 일들이 생겨서 뉴스에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이 현상이 농업경제학과 잘 맞는 이유는, 농축산물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달리 곧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축만이 아니라 농산물에도 얼마든지 돼지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쌀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볍씨를 뿌려서 묘종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벼가 익어서 수확을 할 때까지는 몇 달이 걸린다. 게다가 계절도 탄다. 지금은 쌀값이 너무 오른다 싶으면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서 시장에 방출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수요 변화에 좀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계절에 따라서, 혹은 자연 재해 때문에 [[채소]]나 [[과일]] 값이 일시적으로 크게 튀어오를 때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안정화 된다. 채소나 과일이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값이 뛰면 이후에 재배량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서 심하면 밭을 갈아엎는<ref>수확을 하려면 사람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채소나 과일 가격이 폭락하면 인건비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내년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쓰자는 생각에 트랙터로 갈아엎어 버린다.</ref> 일들이 생겨서 뉴스에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2024년 4월 18일 (목) 11:53 판

Pork cycle.

특정 상품이나 분야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을 뜻하는 용어. 실제로 1920년대에 미국 돼지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된 것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주로 농업경제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지만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패턴의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에도 쓰인다. 미국의 농업경제학자인 모데카이 이즈키엘(Mordecai Ezekiel)이 1925년에 이러한 사이클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1927년에는 독일의 아르투어 하나우(Arthur Hanau)도 이즈키엘과는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같은 현상을 발견한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이유 불문하고 어쨌든 돼지고기의 소비가 늘었다고 가정하자. 양돈업자들은 새끼돼지를 더 많이 사들일 것이다. 그런데 새끼돼지를 도축할 수 있을만큼 키울 때까지는 몇 달은 필요하다.[1][2] 따라서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돼지고기의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더 문제는, 새끼돼지의 수요가 늘어나면 새끼를 낳아줄 암퇘지의 수요도 늘기 때문에[3] 그만큼 도축장으로 가는 돼지의 수가 줄어들어서 공급 부족을 더 부채질하고 돼지고기값을 더 밀어올린다. 따라서 단기간에 돼지고기의 값이 크게 뛰어버린다. 이 현상은 적어도 수요 증가에 따라 더 많이 사온 새끼돼지들이 자라서 도축장으로 팔릴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돼지고기의 수요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아무리 돼지고기가 좋아도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돼지고기값이 너무 오르면 사람들은 고기 소비를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더 싼 닭고기 같은 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서 상황이 역전될 것이다. 그러면 돼지고기값은 빠르게 하락하고, 양돈업자의 채산성은 급격하게 악화된다. 돼지 사육 두수가 늘어나면 사료값도 올랐을 것이고 돼지고기값이 떨어진다고 사료값도 바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돼지를 기르는 데에는 5개월은 필요한데, 반대로 수요가 떨어진다고 해서 충분히 자라지 않은 돼지를 도축장에 보낼 수도 없고, 버리거나 굶길 수도 없다. 더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팔 수 있는 돼지를 팔려고 하면 가격은 폭락하고 일부 업자들은 망하든 손 털고 나가든 할 것이다. 망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하더라도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반면 돼지고기 값이 많이 떨어졌으니 등 돌렸던 소비자들도 다시 돼지고기를 찾는다. 이렇게 하나의 돼지 사이클이 끝나고, 다음 돼지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러한 사이클이 나타나는 이유는 비단 소비 증가만은 아니다. 공급이 위축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면 많은 돼지들이 폐사 또는 살처분을 당하며, 공급이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다. 이 때에는 양돈업자들이 돼지를 키우고 싶어도 씨가 말라서 못 키울 수도 있다. 일단 전염병이 쓸고 지나간 농장은 한동안은 다시 입식을 못 하는 데다가 폐사 또는 살처분으로 암퇘지도 대량으로 죽어 나가기 때문에 새끼돼지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다.

이 현상이 농업경제학과 잘 맞는 이유는, 농축산물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달리 곧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축만이 아니라 농산물에도 얼마든지 돼지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쌀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볍씨를 뿌려서 묘종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벼가 익어서 수확을 할 때까지는 몇 달이 걸린다. 게다가 계절도 탄다. 지금은 쌀값이 너무 오른다 싶으면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서 시장에 방출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수요 변화에 좀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계절에 따라서, 혹은 자연 재해 때문에 채소과일 값이 일시적으로 크게 튀어오를 때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안정화 된다. 채소나 과일이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값이 뛰면 이후에 재배량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서 심하면 밭을 갈아엎는[4] 일들이 생겨서 뉴스에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최근 들어 돼지 사이클이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1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거느리고 있는 데다가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소비량도 어마무시하다. 중국음식 이름에 어떤 기인지 설명 없이 그냥 고기 육(肉)이 쓰여 있으면 돼지고기를 뜻할 정도다. 중국고기 소비량의 75%, 전체 식품 소비량의 12.5%를 돼지고기가 차지한다. 따라서 중국 내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 사이클은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노무라증권이 2019년 4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돼지 사이클은 대략 4년 주기로 나타난다.[5] 즉 4년을 단위로 돼지고기 값이 오르고, 생산자들이 돼지 사육량을 늘리다가 이윽고 공급이 소비를 초과하면 가격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패턴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6]

각주

  1.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생후 180일이면 도축을 위해 시장으로 보내는데, 태어나서 젖을 뗄 때까지 28일이 걸리므로 막 젖을 뗀 새끼를 사온다면 152일, 5개월 정도는 길러야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2. "돼지는 얼마동안 길러서 시장에 출하가 되나요?", 축종별 100문 100답, 국립축산과학원, 2017년 8월 1일.
  3. 게다가 돼지고기로는 암퇘지가 더 좋다. 수퇘지는 영 좋지 않은 냄새인 '웅취'가 있고 암퇘지의 지방 분포가 더 좋아서 육질도 더 부드럽다. 그래서 수퇘지는 번식을 위한 용도가 아니면 거세를 해 버린다.
  4. 수확을 하려면 사람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채소나 과일 가격이 폭락하면 인건비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내년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쓰자는 생각에 트랙터로 갈아엎어 버린다.
  5. Ting Lu, "Chinese Hog Cycle and Inflation", Nomura Securities Co., Ltd, April 2019.
  6. 다만 4년 사이클 안에도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패턴은 여러 번 나타나며, 크게 보아 한 사이클이 이루어지는 게 4년이다. 하지만 반도체나 조선업 같은 제조업의 사이클보다는 훨씬 짧다.